프로그램 종영 이후인 오후 11시 15분, 지상파로 건너가자 두 개 채널에서 이 셰프들이 줄줄이 얼굴을 비친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선 이연복 최현석 셰프가, MBC ‘다큐스페셜-별에서 온 셰프’에선 이연복 최현석 샘킴 셰프가 나온다.

예능과 다큐의 특성상 스타셰프들의 인기를 다루는 방식은 장르의 특성상 차이가 있었다. ‘다큐스페셜-별에서 온 셰프’는 진지하게 접근했다. 스튜디오로 초대해 셰프들의 인생사를 다루거나 예능의 틀 안에서 웃음을 유발했던 것과 달리 그들의 ‘필드’를 직접 방문했다. 치열한 현장에서의 스타셰프들은 엄격한 얼굴을 한 채 시간과 싸우며 전쟁을 벌이는 모습이 신선했다. 이 장면은 SBS ‘힐링캠프’에도 담겼다는 점이 함정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부터 치자면 시청자는 약 3시간 가량 똑같은 얼굴을 무려 세 개 채널에서 본 셈이다. 방송가의 끓어넘치는 ‘쿡방’ 열기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이야깃거리가 샘 솟고 아직은 보여줄 것이 많은 예능계의 아이콘이라지만, 이날의 방송들을 보고 있자니 트렌드가 된 ‘쿡방’ 열기를 제작진 스스로 잠재우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익숙한 이야기도 반복됐다. 이미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셰프들은 양 방송에서 요리의 세계에 입문한 과정과 요리철학 등을 이야기했다. 알려진 정보와 그림이 각각의 방송에서 동시에 흐르니 통편집 감이다.
콘텐츠의 위기는 식상함에서 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소비 중심의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트렌드는 가볍게 흘러가버리게 된다”며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기민하게 포착해 새로운 자극과 내용을 더하는 콘텐츠가 살아남는다. 콘텐츠와 트렌드의 주기가 짧아진 시대에 같은 것의 성공을 재생산하는 것은 어렵다. 어제의 성공 대신 새로운 코드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간대 격돌한 SBS ‘힐링캠프’가 5.8%(전국 기준), MBC ‘다큐스페셜’이 3.6%를 기록했다. 나눠먹기 치고는 선방이다. 심지어 ‘힐링캠프’는 스타셰프 두 사람의 인기에 힘 입어 전주 방송분(3.7%)보다 2.1% 포인트나 상승했다. 그럴지라도 지상파 두 개 채널에서 같은 얼굴을 보고 있어야 하는 당혹스러움은 누구의 몫일까.
‘겹치기 논란’을 붙이는 것조차 난감한 이 상황은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가 정리해줬다. “PD들에겐 하이에나 같은 속성이 있다. 특정 프로그램이 새로 나와 인기를 모으면 서로 달려들어 비슷한 아이템을 개발한다. 위험 부담이 있는 신선한 기획안 보다는 이미 검증된 소재에 단물이 빠질 때까지 달려드는 것이 속성”이라고.
뜨거웠던 ‘셰프 전성시대’가 벌써 저물어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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