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연평해전’은 어떻게 ‘터미네이터’를 잡았나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ㆍ제작 ㈜로제타 시네마)의 흥행 파워는 상당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가 개봉하면 흥행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개봉 3주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재탈환하는 저력을 뽐냈다. 평일 하루에만 10만 명대 관객을 모으며 어느덧 4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연평해전’의 흥행을 작품 자체의 힘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사실 ‘연평해전’이 지금의 완성도를 넘어섰거나 반대로 지금에 못 미쳤다고 해도 관객 동원력 면에서 큰 차이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포털 사이트에 관객들이 남긴 리뷰를 보면,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평가는 전무하다. 대신 소재 자체에 대한 애도와 울분 섞인 의견들이 주를 이룬다. 관객들은 참수리 357호 군인들의 해맑았던 모습에 애통해 하고, 꽃같은 젊은이들의 죽음에 슬퍼한다. 또 그들의 희생에 대한 애도가 월드컵의 열기 속에 묻혔던 당시 상황에 크게 분노한다. ‘연평해전’이라는 사건 자체가 대중의 애국심과 측은지심 등의 정서를 관통하며 ‘봐야 할 영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개봉 시기도 탁월했다. ‘소수의견’, ‘나의 절친 악당들’ 정도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던 상황에서, 이들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며 첫 주말에만 100만여 명을 모았다. 게다가 ‘연평해전’의 개봉 시기는 호국보훈의 달인 6월, 그것도 연평해전 발발 13주기 즈음이었다. 군 당국과 정치권, 기업, 지자체 등의 단체 관람이 줄을 이었고, 학생들도 자의반 타의반 단체 관람하며 관객수를 늘리는데 기여했다. 개봉 초반 흥행 성적이 영화의 성공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관객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뚜껑을 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흥행세가 빠르게 한 풀 꺾인 덕도 봤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노장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건재함은 반갑지만, 오리지널 ‘터미네이터’가 당대 관객들에게 준 충격과 카타르시스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 보니 개봉 2주차에 접어든 ‘터미네이터5’가 주춤하는 사이, ‘연평해전’이 점차 격차를 좁혀가더니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현재 ‘연평해전’은 지난 8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 369만3013명을 기록했다. 9일 개봉하는 신작 ‘손님’, ‘인사이드 아웃’ 등의 티켓 파워가 위협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이번 주말 무난하게 4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연평해전’은 올해 첫 4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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