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멜로드라마라면 설레고 두근두근해진다. 하지만 ‘치인트’는 멜로가 진행되어도 셀레면서도 불안하기도 하고 긴장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단순 로코, 뻔한 백마 탄 왕자를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정 캐릭터는 반가운 존재다.
유정은 홍설을 항상 위기로부터 구해준다. 구해주는 방법도 치밀하다. 지금은 홍설이 유정에 대한 의심은 많이 사라진 상태지만, 유정의 치밀한 전략이 오히려 홍설의 의심을 사게했다.

홍설의 수업신청이 철회된 에피소드나, 자신의 리포트를 찢어버리게 해 돈이 없는 홍설에게 장학금을 탈 수 있게 해주는 에피소드를 보면, 치밀함이 도를 더한다. 홍설에게 장학금을 돌아가게 하는 데에는 조교의 묵인이 필요한데, 유정은 조교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조교의 입을 닫게 한다. 항상 동료선배에게 당하는 홍설을 괴롭히는 밉상 선배들을 제압하는 것도 매우 치밀하다.
이런 점에서 유정은 달콤, 씨크하지만 싸이코패스적인 면을 숨기는 듯하다는 말이 나온다. 유정은 달콤과 섬뜩, 일반유정과 다크유정을 오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치인트‘가 ‘로맨스릴러’라는 퓨전적 장르가 돼버렸다.
유정과 홍설과의 케미 또한 독특해진다. 홍설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다가오는 남자는 단칼에 잘라버린다. 유정 또한 자신에 대해 목적을 가진 남자임을 알고 차갑게 대했지만, 몇몇 에피소드에서 자신이 오해했음을 알고 유정 선배에 대한 관심(호기심)이 생기는 순수녀다.
홍설은 자신을 세세하게 챙기는 유정 선배의 자상함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 이런 둘의 관계에서 나오는 케미에는 기존 남녀의 고전적인 밀당 이상의 새로움이 있다.
그렇다면 유정은 왜 이렇게 극과 극, 양면적인 모습이 나올까. 이런 모습은 유정의 성장배경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이 부분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그야말로 감질나게 조금씩 보여준다.
유정은 아버지의 억압속에 자라 아픔과 상처를 몸속에 지니고 있다. 태랑그룹의 총수인 그의 부친 유영수(손병호)는 젊었을 적 분노조절 장애로 어려움을 겪어 자신의 성격적 결함이 대물림 될까봐 유정만큼은 감정을 억누르게끔 가르쳐왔다. 고아가 된 백인호와 인하 남매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 것도 유정이 진실한 인간관계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지만 유정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자식을 잘 키우고자 하는 목적은 좋지만 수단이 잘못된 것이다.
유정이 달콤한 미소로 자신을 숨긴 채 주위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해 원하는 걸 얻어내는 것도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유정에게는없다. ‘치인트’가 잘못 길러진 유정이 제 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성장통을 제대로 다뤘으면 한다. 여기에는 물론 귀여운 홍설이 단단히 한몫하겠지만…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