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고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흥행이 보여주듯 더 이상 열풍이 아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우리의 시간이 그곳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순정’ 역시 이미 지나온 추억을 되돌아보듯 관객에게 조그마한 보물 상자를 건네준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랑과 우정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순정’은 1991년 전라남도 고흥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난 감정적 교류를 다룬다. ‘순정’은 의외로 제목처럼 오매불망 사랑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영화는 친구들 간의 우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작은 시너지도 놓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극의 몰입을 돕는다.
그리고 ‘순정’은 지금 현실에서의 그들을 조명한다. 2인1역을 통해 2016년 서로에게 냉랭해진 모습으로 1991년과 극명한 대비를 드러낸다. 그렇지만 많은 비중을 두진 않는다. 영화는 전적으로 그들의 시간에 관심을 둔다. 도대체 그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그래서 영화는 당시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순수한 형태로 그려 넣는다. 고흥을 배경으로 한 것도 실화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 배경 자체가 하나의 화폭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 느껴진다. 고즈넉한 풍경 속 풋풋해서 아름다운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는 즐거운 추억을 빼다 박은 듯 보일 정도다.
범실, 수옥, 산돌, 개덕, 길자는 모두 친구라지만 세 남자들 사이에는 수옥을 향한 미묘한 신경전이 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는 이들의 사랑은 관객에 웃음과 여운을 남길 뿐만 아니라 인물의 입체감을 더한다.
‘순정’은 요소마다 복고의 느낌을 배치해 더욱 향수를 자극한다. 필름 카메라와 카세트테이프, 팝송과 라디오 방송 등 어느 샌가 사라진 것들을 제시해 관객들의 마음속에 아련한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섬세하게 재현된 그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는 배우들의 손을 통해 그 때 그 시절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결국 ‘순정’은 완벽한 사랑, 혹은 일방통행적인 마음을 그리지 않는다. 다섯 명의 친구가 모였을 때 오롯이 ‘친구’가 되는 것처럼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시간이 소통할 때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의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순정’에서 이들은 모두 나름의 아픔을 견디며 성장한다. 그러나 육체적인 성장에 비해 정신적인 부분은 아직도 그 아픔을 수용하지 못한다. 25년이 지나 한 장의 편지가 누군가에 의해 읽혀질 때, 그때에야 1991년의 나 자신과 마침내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거짓말처럼 ‘내가 내게 응답할 때’ 영화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한다.
이슈팀 이슈팀기자 /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