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와요 ②] “난 미치지 않았어요” 정신병원 감금된 그녀의 외침, 들릴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짧고 굵은 상영시간 90분이 금세 지나간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공포는 더 크다. 정신병원 강제입원 사례를 바탕으로 영화로 만들었다는 시도 역시 참신하다.

미술 전공생인 수아(강예원)는 어느날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마스크를 쓴 남자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된다. 깨어나 보니 어두컴컴한 사설 정신병원. 손발이 묶이고 입도 막힌 채 “난 미치지 않았다”고 소리쳐보지만 바깥세상에는 들리지 않는다. 벌거벗긴 채로 씻겨지고, 진정제를 거부하면 강제로 입을 벌리고 삼키게 하는 지옥 같은 생활이 반복된다. 수아는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영화 ‘날, 보러와요’ 스틸컷

그러던 어느 날 정신병원에 큰 화재가 나고, 같은 날 지역 경찰서장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정신병원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경찰서장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수아는 치료감호소에 갇힌 상태다.

방송 아이템을 찾던 시사프로 ‘추적24시’의 PD 남수(이상윤)는 수아가 쓴 수첩을 우연히 발견하고,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아를 찾아간다.

영화는 시작부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무 저항도 못하고 꼼짝없이 납치되는 수아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합법적 납치ㆍ감금’이라는 무서운 현실과도 마주하게 된다.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이 있으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 이 법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유린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2013년 서울정신보건지표 자료에 따르면 사설 정신병원에 입원한 국내 정신질환자의 73.5%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입원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 시사프로그램에서 수차례 다뤄졌듯이 가족간 분쟁에 휘말리거나 가족 구성원 일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신구속 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영화 ‘날, 보러와요’ 스틸컷

‘날, 보러와요’를 연출한 이철하 감독은 개봉 전 시사회에서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고 사회적 약자를 감추고 나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관객에게 그 현실을 충격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또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범죄들과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세상에 들리지 않는 소리로 “미치지 않았다”고 외치는 수아를 연기한 강예원의 연기도 볼만하다. 공포에 질린 연기나 발작 연기 모두 훌륭하게 소화했다. 브라운관에서 ‘훈남’ ‘엄친아’ 이미지를 쌓아 온 이상윤이 승부욕 가득한 시사프로그램 PD로 분한 모습도 흥미롭다. 이상윤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그것이 알고싶다’의 사회자인 김상중을 벤치마킹했다고 밝혀 연기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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