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아이’ 성실함·카리스마 매력 눈길
‘마마무’ 가창력에 무대매너 여유만만
‘여자친구’ 청순·발랄 콘셉트로 대세 등극
최근 종영한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인 Mnet ‘프로듀스101’은 걸그룹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시작하자마자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걸그룹 연습생들이 각각 A~F 등급, 1~101위로 매겨져 분류되는 모습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관심을 끌더니, 최종 11인에 뽑힌 ‘아이오아이’ 등 출연자들에게는 광고나 행사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를 반영하고 있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눠 상품 취급받는 듯한 게 불편하기는 하지만, 누구나 학교에서부터 등수로 평가받으면서 사는 세상이라는 측면도 있다.
방송 분량과 노출은 PD의 권한이고, 분량이 적으면 득표 가능성도 줄어들어 얼핏 불공정 게임이 될 수도 있지만, 득표의 계기는 본인이 만든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김세정(최종 2위)과 김소혜(최종 4위)는 왜 항상 많은 표를 받았을까? ‘Mnet의 딸’이라서? 그렇게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지만, 표를 많이 받을만한 이유도 존재한다. 김세정은 춤과 노래에서 기본 이상의 실력을 갖춘데다 이미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친근감과 융화감까지 보여주었다.
김소혜는 춤과 노래 실력이 형편 없었지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와 밤샘 노력으로 가장 큰 ‘성장’을 이뤘다. 아직은 세련되지 않은 귀여움을 갖춘 것도 강점이었다. 김소혜는 뚝심으로 밀고나갈 정도로 강하게 보이지 않는, 여리고 귀여운 인상이 의외성을 낳을 수 있게 해 플러스 효과가 났다. 인상이 약하게 느껴져 ‘저 친구는 쉽지 않을 것이야’라고 예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확 깨고 반전을 이뤄냈다.
이 점에서는 최유정(최종 3위)도 마찬가지다. 단호하게 보이지 않고 여리여리하다. 하지만 뱅뱅 춤을 추다 손짓으로만 보여준 카리스마는 기억에 남는다. 대중문화계에서는 양립하기 힘든 조건들이 병존해있으면 임팩트가 강해지는 원리가 통용된다. 김소혜와 최유정은 그 효과가 나온 것 같다.
최종 4위를 차지한 김청하는 너무 춤을 잘춰 기성 프로댄스팀의 느낌이 나는 게 오히려 불안요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춤을 능수능란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김청하의 능력과 매력을 보고 집중 투표했다.

최종 1위를 차지한 막내 전소미(JYP엔터)는 자칫 엔터업계 금수저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지만, 비호감적 요소 없이 성실하게 연습을 소화하며, 약간의 과장된 표정과 귀여운 동작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하게 했다.
걸그룹을 포함한 한국 아이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너무 많기 때문에 색깔이 분명하지 않으면 휩쓸려 내려갈지도 모른다. 앞으로 1년 동안 활동하게 되는 ‘아이오아이’도 오는 5월 데뷔할 때까지는 집중조명을 받겠지만, 그후부터는 콘텐츠의 개성과 차별점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걸그룹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팀으로 마마무를 들 수 있다. 마마무는 그때 그때 트렌드와 컨셉에 따라 변화를 주기 마련인 걸그룹이지만, 음악적 기획을 확실히 한 팀이다. 레트로(복고)라는 기초위에서 소울, 알앤비, 힙합, 펑크, 팝, 보사노바, 스윙 등 다양한 장르로 풀어냈다.
마마무는 노래 실력도 좋지만, 무대를 즐길줄 아는 모습이 큰 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능숙하게 노래하는 마마무 멤버들이 연차가 좀 많이 된 걸로 알지만 솔라(1991년 2월생) 문별(1992년 12월) 휘인(1995년 4월) 화사(1995년 7월생)는 20~25살의 어린 나이다.
한국 아이돌그룹을 세대구분한다면 이미 3세대에 접어들었다. 1세대(HOT 등)는 멋있고 화려한 비주얼이라면 2세대(동방신기 등)는 거기에 가창력이 추가됐다. 3세대(빅뱅 등)는 노래를 주도하는 힘이다. 트레이닝 받아 기계적으로 노래를 잘 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끌고 가는 파워와 카리스마가 중요해졌다. 자유로운 이미지의 빅뱅이 아이돌이지만 독보적인 힘을 가지는 이유다.
마마무가 노래를 즐기는 모습이 아이돌 3세대의 덕목과 잘 부합된다. 잔뜩 긴장한 무대에서 가창력의 향연을 펼치는 게 아니라, 무대인지, 실제 상황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노래를 맘껏 즐기는 모습은 듣는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2015년 발표된 ‘음 오 아 예’에서 지난 2월 발표한 ‘넌 is 뭔들’로 오면 그런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날 미치게 하는 그런 남자’라는 후렴구를 부를 때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클럽에 놀러온 여자처럼 흥과 여유가 느껴진다.
마마무와 함께 요즘 핫한 걸그룹으로 ‘여자친구’가 있다. ‘오늘부터 우리는’에 이은 ‘시간을 달려서’는 일단 노래가 좋다. 하지만 ‘노래빨’만은 아니다. 여고생 콘셉트의 일본 걸그룹과 SES의 초기 청순 이미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의 느낌이 중첩돼 있었지만, 점점 ‘여자친구’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있다. 메인보컬 유주에 대한 의존도도 많이 줄였다. 여자친구가 앞으로 좀 더 음악을 주도적으로 끌고가는 성숙한 매력을 보여준다면 포화상태의 걸그룹 시장에서 확실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