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 ‘옥중화’에서 이병훈사극이 변한 지점

-착한 인물들의 변주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이병훈 사극이 변했다. 악인보다는 선인(善人) 캐릭터의 변화가 눈에 띈다.

악인을 단순악역이 아닌 입체적 악역으로 그려내는 등 악인 캐릭터의 진화는 있어왔지만 권선징악을 내세우는 사극에서 선인 캐릭터를 다양하게 변주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옥중화‘를 보면 선인들도 착한 일만 하는 인물들이 아니다. 과거 선인은 수단과 목적이 모두 착했다고 한다면 ‘옥중화’의 악인 캐릭터들은 목적이 옳다면 과정과 방법이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옥중화‘에서 선악 두가지로만 분류한다면 선인은 옥녀(진세연)와 윤태원(고수) 등 옥녀편에 서있는 사람들이고, 악인은 문정왕후(김미숙)와 남동생인 윤형원(정준호), 윤형원의 아내인 정난정(박주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옥녀와 옥녀 조력자들이 사기도 꽤 잘 친다. 옥녀는 전옥서에 갇혀 있는 죄인들이 굶지 않게 한다는 옳은 목적이 있었지만 죄수들의 노역으로 소금을 생산해 돈을 벌게 하는등 불법을 행하기도 한다. 하도 큰 죄인들이 많은 세상이라 이 정도는 죄가 아닐지도 모른다.

전우치(이세창) 천둥(쇼리) 등 옥녀 조력자들, 일명 ‘옥벤저스’는 대부분 사기 캐릭터들이다. 옥녀를 구하기 위해 왕명까지 사칭한다. 이건 큰 죄다. 옥녀를 수청을 들어야 하는 관노비에서 버젓한 직장에 취업시키기 위해 소격서 도류를 가둬놓는 것쯤은 예사다. ‘옥녀 관노비 탈출 프로젝트‘는 사기의 연속이다.

고수도 힘이 없다면 정난정과의 대결에서 패해 옥녀를 잃을 수도 있음을 절감했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 윤형원의 권세를 이용해 서자 출신으로 관리가 돼 힘을 행사한다. 평시서 주부가 된 태원은 윤원형의 제안을 받들어 성환옥 일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독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성환옥의 상단을 난장판으로 만든 모습은 과거 태원이 속해있던 공재명 상단을 정난정이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던 방식과 유사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처다. 이는 ‘윤태원의 흑화’라고 할만하다.

옥녀가 한때 체탐인(첩보원)을 한 적이 있는데, 체탐인이야말로 이기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착하기만 한 선인도 없고, 악하기만 한 악인도 없다는 점에서 선인 캐릭터의 이런 변화는 흥미롭다.

이병훈 PD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의’에서 조승우를 의사로서 실력은 있는데 난봉꾼으로 그려보려고 했는데, 남자주인공을 완벽한 인물로 그려달라는 시청자 반응을 보고 접었다고 했다.

조승우를 난봉꾼으로 그리기 위해 주위에 엄현경, 조보아 등 많은 여배우들을 포진시켜놓았다. 하지만 남자주인공 조승우는 이요원이라는 한 여성과 맺어져야 된다는 윤리적 잣대의 압력을 받아 흐지부지됐고, 결국 엄현경, 조보아 두 여성은 별로 할 일이 없어졌다. 엄현경은 조승우를 도제처럼 따라다니며 마의 업무를 배우는 역할이라도 했지만, 청상과부로 나온 조보아는 혼자 방안에 앉아있는 것으로 시간을 다 보내야 했다.

이병훈 PD는 의사로서 실력있는 주인공이 꼭 윤리적인 인물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해 선인 캐릭터의 변화를 시도했고, 그래서 남자주인공으로 실력있는 난봉꾼 캐릭터를 세우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 ‘옥중화’를 통해 착한 인물들의 모습에 대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는 이병훈 PD가 그려나가는 어드밴처 사극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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