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은 아직 만 16세지만 아이 같지 않고 여인 느낌이 난다. 청 사신을 위한 연희에서 춤 추는 장면은 성인 연기라 할 만 하다.
이 두사람이 펼치는 몇몇 장면은 예사롭지가 않다. 왕세자 이영(박보감)이 연못에 빠진 홍라온(김유정)을 다이빙으로 구출한후 김유정이 박보검의 품속에 안겨 올라오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중년의 죽었던 연애세포까지 살려내는 힘을 가졌다.
박보검이 했던 대사, 이를테면 윤성(진영)이 라온을 데려가려 하자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여기서 내 사람은 내 직원이라는 뜻과 내 여자라는 뜻을 동시에 지닌 듯하다)라고 하거나, 청나라 사신에게 끌려가는 라온을 구출한 직후 했던 말인 “그러니 내 곁에 있어라”는 감정이입이 되지 못하면 한낱 문장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보검은 이 말의 느낌을 완전히 살려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다이아몬드 수저 남자와 흙수저 여성간의 로맨스, 한마디로 사극형 캔디 드라마 정도인줄 알았다.하지만 그 정도라면 이 드라마를 제대로 감상한 게 아니다.
왕세자인 박보검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줄 아는 멜로적 인간임은 물론이고 왕(지도자)이 해야 할일, 리더의 덕목까지 알려주고 있다. 박보검이 불안한 백성을 핑계로 삼는 영의정 김헌(천호진)에게 호통치는 당당함은 사극이 아닌 현대극이다.
박보검은 입만 살아있는 왕세자가 아니다. 행동까지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행동의 바탕에는 성급함이 아닌 치밀함이 깔려있다. 청나라 갑질 사신의 부당성을 감정으로 제압하는 게아니라 증거와 논리로서 맛선다. 현대 외교에서도 참조할 만하다.
박보검은 조선에서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청나라 사신을 제압하기 위해 그의 밀무역 현장에 청나라 감찰관까지 부르는 주도면밀함을 보여주었다.
영의정 김헌의 세도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버지인 왕(김승수)과 달리 정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국사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 전략과 전술을 위해 실학자 정약용을 멘토로 두고 있다.

박보검은 어떻게 보면 유약하게 느껴지지만 외유내강형에 단호함까지 지니고 있는 왕세자 이영을 잘 연기하고 있다. 임금을 가지고 노는 영의정의 의견에 반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박보검이 어릴 때 엄마를 장터에서 잃고 가진 것 없이 남장여자 내시가 된 김유정을 안아 줄 때, 케미 포텐은 터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