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현경 “선악이 겹치는 절제된 악녀역 힘들었다”

종영 ‘피고인’서 고난도 연기
사이코패스의 아내역 멋지게 소화
‘해피투게더’ MC로도 맹활약
운동으로 몸만들어 예능에도 욕심

엄현경은 시청률이 30%에 육박했던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 어려운 연기를 했다. 차명그룹 대표 차선호(엄기준)의 아내이자 도산한 재벌의 딸 나연희 역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동생인 차민호가 쌍둥이 형인 차선호를 죽이고 자신이 선호 행세를 하고 있으며, 엄현경은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엄현경은 나연희 캐릭터를 어떻게 잡았을까?

“나연희는 뭔지 알 수 없는 캐릭터여야 했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차민호를 사랑하는 거야, 아니면 뒷통수 치는 거야 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로 보이도록 했다. 거의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연기했다.”

올해로 연기 11년차인 엄현경은 처음 대본을 보고 재미있어 단숨에 다 읽었다. 무엇보다 차민호를 흔들리게 하는 사람이 연희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차민호가 악행을 많이 저질러도 사랑 앞에서는 무너진다. 차민호는 연희 앞에서는 다정다감한 사랑꾼일 뿐이다.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한번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연희가 차민호에게 아버지도 버리라고 말하지 않나.”

엄현경은 대사와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스토리 진행에는 큰 역할을 했다. 차민호가 어떻게 해서 사이코패스가 됐는지는 엄현경의 대사에서 나온다. 엄현경은 아버지의 원수인 차민호 아버지에게 복수까지 해야 하는 캐릭터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 “예전 악녀가 소리 치는 악녀라면, 여기서는 내재돼 있고, 절제돼 있는 카리스마다. 다른 성격의 카리스마다.”

엄현경은 나연희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지만 자신과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 속성을 조금 바꿨다.

“나연희가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카리스마가 없다. 그래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으로 약간 바꿔 민호의 변화를 유도하는 연희 캐릭터 성격을 좀 더 보여줄 수 있었다.”

엄현경은 ‘해피투게더’ MC를 맡고 있어 이번 연기에 신경이 쓰였다. 우선 외적으로 달라야 해서 머리를 잘랐다. 또 성숙한 의상을 입어 조금 나이들게 보이도록 했다.

“첫 신을 찍고 화면을 확인하고 많이 놀랐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해투’ 이미지랑 겹치지는 않는다고 말해주신 점이다.”

‘해투’에서 엄현경의 역할은 쉽지만은 않다. 말을 많이 해서도 안되고, 너무 적게 해서도 안돤다. 그런데도 1년간 잘 해내고 있다. 미녀인 그녀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면서 망가지는 것도 유쾌한 요소다.

“예능은 어렵다. 지금도 적응하는 단계다. 유재석 등 오빠들이 잘 챙겨준다. 해투 아니고 다른 데라면 안됐을 것이다. 예능에서 망가지는 걸 고민하는 여배우들이 있는데, 나는 이걸 깨주고 싶었다. 또 유일한 여자MC라 여자 게스트가 오면 남자들이 모르는 것을 내가 챙겨준다. 그것이 의상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것일 수도 있고.”

엄현경은 밝은 사람 같은데, 조용하고 단정하다. 이걸 조신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낯선 사람이 있으면 언다. ‘해투’에서는 밝은데 밖에서는 어둡다. 긴장해서 그렇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대하고 싶지만, 주목공포증 같은 게 있다.”

엄현경은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예능을 하면서 조금 더 외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예능에서 망가지는 역할도 하는 것은 드라마와 예능이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신조 때문이라고 했다.

엄현경은 ‘피고인’을 하드캐리한 지성과 맞붙는 신이 없어 만나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지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것.

“악역을 했으니, 어두운 기운을 버리고 밝은 역할, 낯 가리는 밝은 역할을 하고싶다. 앞으로도 연기와 예능을 병행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을 더 해 몸을 잘 만들어놔야 겠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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