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성실·소심?… 전문가 “얼굴 빳빳, 범행 자랑스러웠던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모 씨가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대표 급습 피의자인 김모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 29분께 부산 강서구 대항 전망대 시찰을 마치고 차량으로 걸어가던 이 대표의 왼쪽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이민경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피의자 김씨가 확신범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확신범이란 정치·종교·사상 등 신념을 바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을 일컫는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라고 알려진 김씨가 부산경찰청으로 압송될 때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모자로 얼굴을 가리지 않은 것도 일종의 ‘자랑’을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이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57년생 김씨는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10여년 이상 부동산을 운영하던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저녁 8~9시쯤 퇴근하고 주말에도 문을 열고 일할 정도로 성실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김씨가 운영하던 부동산 인근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김씨는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여러 사람들과 교류가 있었던 편은 아니라고 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별로 왕래는 없었지만, 조용히 중개업하던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며 “알려지고 난 후에 굉장히 놀랐다”고 전했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 정치 이야기도 잘 안하고 정치 성향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주민들에게선 김씨가 민주당 당원이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당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진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복기왕 충남도당 위원장은 도내 민주당 당원 명단에는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에선 국민의힘 당원이었다 민주당으로 위장 입당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정치 사상 등 신념 가진 ‘확신범’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김씨가 확신범(確信犯)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김씨는 일종의 확신범”이라며 “이미 여러번 시도를 했고 오랜 기간 준비를 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확신범은 자기가 죽을 줄 알면서도 사람을 죽이고, 처벌될 줄 알면서도 범행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적이든, 정치적 이념이든, 개인적 원한이든 확신에 찬 범행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형량을 높이는 불리한 행동인데도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한 것 또한 확신범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는 지점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말하고, 심지어는 우발적이지 않았던 것이 명백함에도 우발적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김씨는 처음부터 굳이 고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이지 않다. 이례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씨가 부산청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얼굴 공개를 꺼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자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리퍼트 미 대사를 테러한 김기종도 그렇고, 이런 형태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당당하다. 왜냐하면 나는 내 일을 했을 뿐인데 왜 문제 되냐 이런 심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윤호 석좌교수는 “이것도 확신범과 같은 맥락으로, 범행에 성공해서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도 “확신범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범행 저지르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건 (확신범의) 대표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내가 이재명이다’…망상 있었나?

‘내가 이재명’이라고 머리에 붙이고 지지자 행세를 하며 접근한 데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명이 나온다. 하나의 해석은 범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수법이라는 설명이다. 지지자가 아니면 이 대표에 대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씨가 이 대표에 대해 평소 망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발현된 표현방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배 프로파일러는 “‘내가 이재명’이다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진짜 이재명은 나만 안다’, ‘여기 있는 이재명은 가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범행은 유명인에 대한 극단의 집착이 공격성으로 나타난 증상으로, 범죄분류상으로는 에로토마니아(Erotomania)로 망상장애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주변 지인들이 김씨에 대해 평소 소심한 성격이라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범행 수법이 그닥 대담하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 석좌교수는 “소심하니까 범행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준비도 열심히 했을 것”이라며 “대범한 성격이었다면 범행 수법이 더 잔인했을 수 있거나 흉기가 다른 종류가 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씨, 추후 진술 번복 가능성 있어…살인미수면 형량 감경 요소 되기도

한편, 김씨가 현재 경찰에서 살인의 고의를 시인했음에도 추후에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중견변호사는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나중에 검찰 조사와 법원 재판에서 얼마든지 번복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살인 대신 살인미수이기 때문에 재판과정에서 판사가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며 “하지만 변호사들 입장에선 김 씨 변호는 세간의 이목도 주목되는데다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맡을 사건도 아니기 때문에 수임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 29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 인근에서 이 대표의 좌측 목 부위를 흉기로 한차례 찔러 1.5㎝의 열상을 입혔다. 흉기는 총 길이 18㎝, 날 길이 13㎝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을 통해 흉기를 구입했다”며 “(이 대표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영상을 찍은 유튜브 동영상에 김씨의 모습이 찍히면서다. 지난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참배 현장에도 나타났다는 증언들도 나오고 있다.

김씨는 어제 오후 5시 7분께 부산 강서경찰서에서 부산경찰청으로 압송됐다. 김씨는 이날(3일) 오전 0시께까지 조사를 받고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현재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부산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6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범행 배경 등을 수사 중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