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행정통합, 속도보다는 완성도


최근 들어 정부와 여당 주도로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재정 악화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이 행정통합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들 권역은 ‘통합특별시’를 세우고 관련 특별법 제정을 통해 행정 효율성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통합 후 명칭, 행정체계, 청사 위치 등 통합 논의를 비교적 구체적인 단계까지 진전시켰다. 대전·충남, 대구·경북 역시 특별법 발의와 공론화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과 경남은 주민투표를 거쳐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2028년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부도 4년간 총 20조원의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통합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지방의 자율성과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행정통합은 분명 의미 있는 정책 과제다. 물론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의 전략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기는 하다.

다만 행정통합이 실제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과거 사례에서 나타난 한계와 어려움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던 2023년 가을 촉발된 김포 등 경기 일부 지역의 서울 편입 논의가 대표적 사례다. 수도권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상징성, 재정 부담, 행정 절차,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 같은 사례는 행정구역 변경이 단순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행정 운영과 주민 생활 전반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임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됐던 행정구역 개편 논의 역시 반면교사로 삼을 만 하다. 당시 정부는 행정 효율성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기존 시군구를 통폐합해 통합시를 만드는 안, 아예 도(道)를 폐지해 3단계(국가-광역-기초)인 행정 시스템을 2단계(국가-광역)로 단축하는 안 등을 제시했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좌절됐다. 역시 지선을 한 해 앞뒀던 시점(2009년)이었다는 점이 현재와 유사하다.

최근 행정통합 논의 역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통합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함께 행정 서비스 접근성, 재정 구조조정, 지역 간 균형 등 현실적 쟁점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특히 통합 이후 소외될 수 있는 지역이나 계층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

주민 의견 수렴 방식도 중요하다. 설명회와 공청회가 단순한 절차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이 정책 설계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구조여야 한다. 행정통합은 주민의 일상과 지역 정체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수단이다. 충분한 검토, 단계적 접근, 투명한 논의 과정이 병행될 때 통합의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참고해 현재의 논의를 차분히 축적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속도보다는 완성도, 결론보다는 과정의 신뢰가 행정통합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서둘렀다가, 좌절됐던 과거 경험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상윤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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