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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지하철과 버스 안, 심지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마저 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누가 내 옆에 앉았는지 어떤 사람이 지나가는지 알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함께 있지만, 사실 모두 혼자다. 그야말로 “This is the city life(이것이 도시의 삶, 1992년 N.EX.T ‘도시인’ 중)”다.
이같은 삶의 방식은 다양한 사회적 병폐를 낳았다. 자살률과 범죄율은 높아졌고 혼인율과 출산율은 낮아졌다. 나와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것은 일상이 되고, 단체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선 옳고 그름이 상관없어졌다. 우리 사회의 윤리적 갈등을 연구해 온 박연규 경기대 명예교수는 신간 ‘이웃의 얼굴’에서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얼굴’ 이론에 자신의 전공 분야인 ‘관계 윤리’를 첨가해 그 해법을 찾는다.
보통 철학의 시작은 생각하는 주체인 ‘나’에서 시작하지만, 레비나스는 ‘세상 밖의 타자’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타자와의 관계가 없으면 윤리도, 앎이라는 인식 행위도 소용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레비나스는 관계는 관심에서 시작하고, 이는 ‘얼굴을 보는’ 구체적인 행위로 표현된다고 말한다. 얼굴을 보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타인을 향한 관심과 책임 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 즉 ‘윤리’는 책 속에 있는 이론처럼 멀리 있기보다 지금 주변에 있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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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
저자는 레비나스의 윤리학에 ‘관계 윤리’를 더해 우리 시대의 윤리적 갈등 해결 및 관계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얼굴 보기를 너와 나에 한정하지 않고, 제삼자까지 포함해 ‘우리’, 그리고 공동체로 확장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의도된(Intentional)’ 친밀성이다. 여기에 ‘공동주의 집중(joint attention)’이 추가되면 사회는 더 윤리적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공감 능력 중 하나인 공동주의 집중은 사람들 사이에 연결감을 형성해 일정 지역 사람들 간의 관계 맺기가 가능해진다. 저자는 공동주의 집중은 레비나스 윤리의 한계라 지적되는 윤리의 체계화와 제도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장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관계가 형성되려면 관심의 덕목이 활성화될 수 있는 물리적 공간, 즉 주민들이 사는 ‘장소’가 필요하다. 윤리학은 장소라는 구체적인 삶의 공간이 있어야 힘을 받을 수 있다. 저자는 “정의나 공정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유령처럼 떠돌지만 관심과 책임 덕목이 결핍된 환경에서는 한갓 관념적 주술에 불과하다”면서 “윤리학의 목적은 (장소와 같은) 외부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용성을 상실한다”고 말한다.
이웃의 얼굴/박연규 지음/지식의날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