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한전·한수원 국제중재사건 ‘국내이관’ 권고

UAE원전건설 추가 공사비 정산문제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실효성 논란


정부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간의 국제 중재사건을 영국 런던에서 국내로 이관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사항으로 의무사항이나 강제성을 갖고 있지않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한전과 한수원은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10억달러(한화 1조4300억원)의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를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신청한 상태다.

산업통상부는 문신학 차관 주재로 27일 제29차 적극행정위원회를 열어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LCIA에 신청한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단순히 중재기관을 변경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 기관이 ‘협의체’를 정기적으로 열어 근본적인 합의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을 담았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이번 산업부의 권고안에 대해 한전과 한수원은 각 기관의 이사회 심의·의결 등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자율적으로 이행하게 된다.

원래 원전 수출은 한전이 전담했으나 2016년부터 한전과 한수원이 지역을 나눠 수주하고 있다. 미국·UAE·베트남 등 한국형 원전을 그대로 쓸 수 있는 지역은 한전이 맡고, 체코·루마니아·필리핀 등 설계 변경이 필요한 지역은 한수원이 전담하는 식이다.

하지만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해외 발주처와의 협상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거나 두 기관 간의 상호 불신과 정보 공유 미흡이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약 1조4000억원의 추가 공사비 정산 문제를 둘러싸고 두 기관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한수원은 설계 변경 등으로 늘어난 비용을 주계약자인 한전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전은 UAE 측으로부터 먼저 정산을 받아야 줄 수 있다고 맞섰다.

결국 한수원은 지난해 5월 런던국제중재법원에 한전을 제소했다. 모회사·자회사 관계인 두 회사가 국제 법정에서 다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공공기관 간 분쟁으로 과도한 소송비용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과 중재 과정에서 원전 관련 민감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전은 이번 소송으로 법무법인 피터앤김에 140억원, 한수원은 김앤장에 228억원을 쓰겠다고 잡아둔 상태다. 현재까지 계획된 소송 비용만 총 368억원이고, 중재가 길어지면 추가 비용이 더 책정될 수 있다.

한전과 한수원이 산업부의 권고안을 수용하고 중재 사건을 KCAB로 이관할 경우, 양 기관의 비용 부담이 경감되고 원전 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희 산업부 원전전략기획관은 “이번 산업부의 권고를 계기로 한전과 한수원이 그간의 갈등 관계에서 벗어나고, 국제사회와 해외 파트너로부터 신뢰받는 사업자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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