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오일쇼크’ 위기감…가스값 2배 폭등 [중동 위기 확산]

카타르 LNG 생산 중단 등 파장 확산
유가도 4.7% 올라…물가 상승 압박
인플레 우려에 금리인상 전망도 고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유럽 에너지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유럽 국가들은 노르웨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특히 취약하다. ECB는 2023년 12월 발표한 시나리오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와 천연가스 운송이 3분의 1가량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가 당시 배럴당 80달러에서 50% 이상 상승한 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와 함께 천연가스 가격도 동시에 급등하면서 유럽내 에너지 위기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네덜란드 TTF 거래소에서 천연가스 4월물 가격은 이란 공습 이전 메가와트시(MWh)당 31.96유로에서 이날 한때 63.75유로까지 치솟아 2거래일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 2023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는 2일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카타르가 라스라판 LNG 시설 가동을 중단한 영향이다. 카타르는 세계 LNG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국이다.

필리프 레인 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며 “이번 분쟁은 경제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ECB 목표치(2.0%)를 웃돌고 있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할 만한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9%로 목표치를 소폭 밑돌았지만,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2.4%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른 상태를 유지할 경우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0.4%포인트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은 0.1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ECB가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빠르게 사라졌고,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장은 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반영했다. 지난달 27일만 해도 금리 인하 전망은 40% 수준이었다.

레인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발언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경고로 받아들여진 데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보다 0.2%포인트 상승하면서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 단기물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 국채 금리는 이틀 연속 상승했다.

시장은 미국의 군사작전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주시하고 있다. 독일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부담이 되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가격 상승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블룸버그는 “향후 4주가 유럽 경제가 위기로 향할지, 아니면 회복 과정에서의 일시적 충격에 그칠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번 전쟁이 4~5주가량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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