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한은 총재 인선…통화당국 ‘수장 공백’ 우려

이창용 총재, 4월 20일 임기 만료
신현송·하준경·유상대 등 소문만
‘중동사태’ 불확실성에 연임론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종료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임 인사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분쟁으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극대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총재 인사가 늦어지면 자칫 통화당국 ‘수장 공백’ 사태마저 발생해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의 임기 종료 한달을 앞두고도 여전히 후임 인사가 발표되지 않자 한동안 총재 자리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한은 총재 지명부터 취임까지는 한달가량 걸렸다.

한은 총재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된 것은 이주열 전 총재부터였다. 이 전 총재는 지난 2014년 3월 3일 지명된 뒤 19일 청문회를 거쳐 4월 1일 취임했다. 이 전 총재는 2018년 3월 2일 재차 총재 후보로 지명됐고, 4월 1일 연임됐다. 각각 지명부터 취임까지 29·30일이 걸렸다. 2022년 3월 23일 지명된 이창용 총재도 29일 뒤인 4월 21일 취임했다.

총재 자리가 공석이었던 것은 이창용 총재 취임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 총재는 이주열 전 총재 임기 만료 시점인 3월 31일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선임됐다. 이후 4월 19일 청문회가 열렸고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20일가량 총재 자리가 비어있던 셈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신구 권력 간 갈등이 빚어진 영향이 컸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정부에서도 선임이 늦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중동사태로 국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진 상태에서 통화정책 사령탑인 한은 총재가 공석이 되면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사태 이후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상황이 지속될수록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한은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2월 말이나 3월 초에는 차기 총재 하마평이 본격적으로 나왔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잠잠하다”고 말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여당 한 관계자는 “지금 정부에서 인사는 대통령과 최측근 두어명 정도만 논의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한은 총재가 정치인이 가는 자리도 아니라 국회에서도 크게 관심을 쏟진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차기 총재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신현송 BIS(국제결제은행) 통화정책국장이다. 신 국장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이창용 총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국제 네트워크가 꼽히는데, 이 총재 못지않게 해외 경험과 네트워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신 국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신 국장이 올해 8월 말 BIS에서 임기를 마친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주목받기도 했다.

그 밖에 유상대 한은 부총재나 이승헌 전 부총재 등 한은 출신 인사들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행 출신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한은 총재는 내·외부 인사들이 번갈아 지명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부 출신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나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최근 정부 ‘깜짝 인사’ 선례들을 고려하면 의외의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한국은행의 역할이나 독립성 등을 고려하면 예상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주열 전 총재처럼 이창용 총재의 연임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중동 사태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진 상황이나, 청문회 절차에서 예상되는 여야 간 대립 등을 고려하면 이 총재의 연임이 가장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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