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코앞인데 못버틴 고물가 쇼크 [부동산360]

건설공사비 지수 6개월째 고공행진
유가·환율 상승에 자재값 최대 40%↑
자재 인상·수급 불안정, 주택공급 지연 우려


건설 현장 참고 이미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지속된 물가 상승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국내 건설현장의 공사비 부담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입주를 앞둔 단지들도 공사비 인상 통보를 받는 등 건설 원자잿값 상승이 가팔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 원유·나프타·액화천연가스(LNG) 등 수급불안이 이어질 경우, 주택 공급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힐스테이트 메디알레)은 입주 전 공사비 부담에 직면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6일 조합에 보낸 공문에서 “유가·환율 상승 등으로 자재 협력사가 오는 4월부터 페인트, 창호, 몰딩, 걸레받이 등 열재, 방수재, 도배지, 아크릴, 시트지 등 주요 자잿값을 10~40% 인상하기로 했다”며 “공급 중단이 지속되면 준공 지연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지속된 고물가 상황에 고유가·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급등한 공사비를 떠안아야 하는 현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핵심 자재 가격 인상은 공사비 급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파트 시공은 ▷토공사 ▷골조공사 ▷마감공사 ▷조경공사 순으로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초기 공정에 필요한 원유 연관 자재 수급과 마감 단계에서 쓰이는 방수재, 단열재, 창호 등의 가격 상승이 공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건축공사의 경우 재료비 비중은 24.2%로 외주비(57.6%)에 다음으로 원가 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미 건설공사비지수는 6개월 연속 오르는 등 원가부담을 키우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2월 133.69(잠정)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변동을 사후에 확인하는 후행 지표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여파가 반영될 경우 더 높아질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구역을 재건축 중인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 부지 모습. [연합]


원유 기반 자재의 경우 가격뿐 아니라 수급 자체가 더 큰 변수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스팔트로 가설도로를 만들어야 장비와 차량이 이동하는데 자재 수급으로 공정이 밀리면 전체 공기에도 영향을 주는 구조”라며 “건설사들도 각자 수급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철골, 빔 같은 주요 자재는 기본적으로 연 단위 계약을 하지만 페인트와 같은 마감재, 창호, 유리 등은 발주 주기가 짧아 가격 변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며 “해외 수입 자재들의 경우 최소 2개월 전 계약에 원가가 연동돼 있지만 전쟁 여파가 3~4개월 이상 지속되면 현장 타격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선 이런 상황이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2~3주 내 전쟁 종료시점을 언급하며 종전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고유가 상황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란의 미사일, 드론의 공격을 받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에너지 인프라가 큰 타격을 받았고, 판로가 막힌 많은 유전이 강제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종전 이후에도 석유·가스 생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준공을 앞두고 수십억 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조합의 부담도 커졌다. 등촌1구역 조합 관계자는 “사업비 관련 금융 비용과 공사비 증액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3000만원대에 이를 수 있어 시공사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5년도 안 돼 2800만원 수준에서 5000만원대로 급등한 상황”이라며 “정비사업지에서는 분담금 증가가 준공 지연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유가 상황이 6~8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공사 중단을 겪는 곳도 나올 수 있다”며 “기존 재고가 바닥나 자재 수급과 공사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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