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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9일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이 전격 사퇴하고, 대한축구협회는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가 끝난 29일(한국시간) 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이었던 멕시코 사포판 현지에서 사퇴했다. 2년 전 불공정한 감독 선임 논란에도 자리를 유지했던 홍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 최종 34위란 최악의 성적표를 남기고 불명예 퇴장했다.
홍 감독은 이날 공식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나에게 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지휘봉은 내려놓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큰 불신과 마음의 상처를 안긴 것은 주관 기관인 대한축구협회의 잘못된 행정관행 탓이란 지적이 많다. 축구협회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하루 전인 28일 대표팀의 이번 대회 조별리그 탈락과 관련해 위원회를 구성,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온 국민의 희망과 자부심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축구 행정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참담한 이번 결과가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전문가들로 하여금 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과정에 드러나는 무능과 부실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엄중히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며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임 과정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육행정 개혁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A조에서 1승 2패, 승점 3으로 조 3위에 머물렀고, 각 조 3위 팀 중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32강 출전 티켓을 획득하지 못해 탈락했다. 홍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은 별도의 귀국 행사 없이 이날 귀국한다. 해외파 선수들은 각자 스케줄대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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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9일 기자회견을 위해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여정은 끝났고 홍 감독은 사퇴했지만, 한국 축구에 대한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 2024년부터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확인해 온 문체부가 전면적인 진상조사에 나서게 됨에 따라 내부의 부조리한 관행 및 카르텔 행태가 타파될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우선 진상 규명이 필요한 부분은 홍 감독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다. 홍 감독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불명예 사퇴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두 번째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이는 월드컵 4강 진출의 대업적을 썼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나 직전 2022 카타르 대회에서 ‘최초 원정 16강’을 이룬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조차도 주어진 적이 없는 기회였다.
쟁쟁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이 면접과 발표를 거친 것과 달리, 홍 감독은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직접 찾아가 감독직 수락을 요청했고, 홍 감독이 하루 고민 끝에 수락했다는 설명은 논란을 더 키웠다. 제대로 된 면접 없이 대표팀 감독이 정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문체부는 축구협회에 대해 특정감사를 진행,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최종 후보자 면접에 직접 관여했으며, 이사회 선임 절차도 누락된 것으로 확인했다.
정몽규 회장은 북중미 월드컵 이후 사퇴하기로 했고 홍명보 감독 역시 불명예 퇴진했지만, 한두 명을 바꾸는 인적 쇄신만으로는 지금의 한국 축구의 위기를 타파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 축구를 이끄는 축구 협회 전체 시스템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력화된 대표팀 감독 선임 프로세스와 거수기 노릇만 하는 이사회, 특정 대학 출신이 주요 보직을 독점하는 카르텔 등 협회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한국 축구의 미래도 없다는 지적이다.
박지성 해설위원은“2014년 월드컵을 그대로 반복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곳에서 잘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계 관계자도 “이번엔 감독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축구협회, K리그, 심판, 유소년 등 한국 축구의 전반을 다 뜯어고쳐야 미래가 있다”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