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장, 품질·기술력 그룹 내 최고…생산성 개선은 과제” [르노회장 간담회①]

르노그룹 회장, 미디어 간담회
“韓, 중·대형급 생산 특화 기지”
“르노 전기차 이른 시일 내 생산”
“부산공장, 일 덜하는 달에도 똑같은 임금”
원가 상승·생산 경직성 지적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대표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한 부산공장에 관해 “그룹 내 최고 수준의 품질·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호평하면서, 동시에 해소해야 할 과제로 생산성 저하 문제를 꼽았다.

프로보 회장은 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부산공장의 경쟁력과 향후 역할을 묻는 질문에 “부산공장은 인력의 역량, 노하우, 제품 품질, 다양성 관리 측면에서 탁월한 자산이 많은 공장”이라면서도 “르노코리아와 부산공장이 지금 안고 있는 과제는 경쟁력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공장 경쟁력 여전…하지만 비용 구조 변화 대응 필요”


프로보 회장은 먼저 한국 생산기지의 비용 구조를 문제로 짚었다. 그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생산 원가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부산공장이 예전만큼 앞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생산 유연성 부분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어떤 달은 업무량이 적고 물량 변동이 있음에도 매월 동일한 임금 구조를 유지하는 근로 조건을 맺고 있는 것도 부산공장이 (세계에서) 유일한 측면이 있다”며 “공장의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향후 르노코리아가 그룹 내에서 더 큰 역할을 맡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코리아가 지난 1월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글로벌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 권제인 기자


“한국은 단순 시장 아닌 전략 거점…D·E세그먼트 핵심”


프로보 회장은 부산공장과 르노코리아의 역량 자체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내놨다. 그는 “르노그룹 안에서 르노코리아만큼 중형·대형급(D·E 세그먼트)에 특화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지가 없다”며 “기술력, 고객 소망성, 프리미엄 주행 안정성 등 모든 측면에서 르노코리아가 가진 자산은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보 회장의 발언은 르노그룹의 새 중장기 전략인 ‘퓨처레디(futuREady)’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달 발표된 르노그룹의 중장기 전략으로 오는 2030년까지 전동화 차량을 중심으로 신차 36종을 출시하고 유럽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 등 핵심 거점을 활용해 유럽 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다.

그는 이날 한국 시장을 단순 판매처가 아닌 전략적 시험대이자 성장 거점으로 규정했다. 프로보 회장은 “한국 시장은 기술 요구 수준이 매우 높고, 상위 중형·대형급(D·E 세그먼트) 차량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전동화 트렌드도 강하다”며 “르노그룹에 큰 잠재력을 제공하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은 르노그룹의 중요한 파일럿 시장”이라며 “특히 지능형 차량과 인텔리전트카 분야에서 한국은 서구 시장 공략 측면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위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르노그룹의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상희정 르노코리아 대내외협력본부장 부사장,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유럽 넘어 한국으로…퓨처레디 전략의 중심 이동


프로보 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르놀루션 전략이 유럽 중심의 회복 전략이었다면, 퓨처레디는 유럽 밖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도와 남미, 한국을 핵심 시장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한국은 단순히 판매 규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프로보 회장은 “한국 시장은 시장 규모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상위 세그먼트 차량의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담당할 수 있는 제품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고, 이것이야말로 르노코리아의 독보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르노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한국 사업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프로보 회장은 “처음 이 두 차량을 한국 측에 배정했을 때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재시동을 걸겠다는 의도가 있었다”며 “실제로 두 차종 모두 한국 시장에 아주 적절하고 탁월한 차량이었다. 4년 전 프로젝트를 배정했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넘는 성과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르노코리아의 강점으로 ‘한국화 능력’을 꼽았다. 르노그룹, 지리, 과거 닛산 등 그룹 안팎의 기술과 자산을 가져와 이를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완성해 내는 역량이 르노코리아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프로보 회장은 “어디에서 기술을 가져오든 르노코리아는 그것을 한국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바꾸어낸다”며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는 르노 DNA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차량”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르노코리아 제공]


“전기차 생산 확대 시점…르노코리아 역할 커진다”


르노는 이른 시일 내 한국에서도 르노 브랜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부산공장에서는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필랑트·그랑 콜레오스·아르카나)을 생산하고 있지만, 르노 브랜드의 순수 전기차는 아직 생산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부산공장에서는 이미 중국 지리그룹 산하 폴스타의 순수 전기차 ‘폴스타 4’를 생산 중이다. 이는 폴스타가 중국 중심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북미 수출 거점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높은 품질 경쟁력과 배터리 공급망을 활용하기 위해 부산을 전략 생산기지로 선택한 데 따른 것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리그룹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폴스타 차량을 위탁 생산하고 있으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혼류 생산 체제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보 회장은 “르노코리아가 이제 완전한 전기차 생산을 고려할 시점이 됐다”며 “르노그룹은 유럽에서 전기차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고, 이러한 그룹의 방향성과 맞춰 한국에서도 완전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개선하는 계획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르노그룹은 앞으로 배정된 22개 신차 중 16종을 순수 전기차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전경 [르노코리아 제공]


스마트팩토리 기반…부산공장, 전동화 허브로 전환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도 부산공장의 전동화 확대 구상을 설명했다. 그는 “부산 공장은 이미 폴스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며 “르노코리아는 디자인부터 개발, 제조,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독보적인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팩토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갈 계획”이라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등 어떤 형태가 됐든 친환경차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전기차(EV) 개발 능력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지역의 연구개발 역량 확대 요구와 관련해서도 르노 측은 일부 기능 이전 계획을 공개했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부산공장 현대화 전략과 액션 플랜이 이미 시작됐다”며 “테스팅 설비와 엔지니어링 일부 기능은 내년부터 부산으로 이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모든 엔지니어링 기능이 이동하는 것은 아니며, 서울에서 진행되는 신기술·소프트웨어·디자인 개발과 연계해 테스트와 검증 기능을 부산에서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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