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성과급 확산커녕 감소…성과배분제 도입률도 ‘반토막’
노동부 “표준임금모델 확산”…현장 적용은 여전히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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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를 활용해 제작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의 핵심 과제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사업체 10곳 중 6곳은 기본적인 임금체계조차 없는 ‘무체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세사업장과 저임금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임금체계 공백이 심화되면서 정책과 현장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고용노동부의 ‘2025년 6월 기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업체의 63.1%는 별도의 임금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48.5%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4년 64%까지 상승한 뒤 소폭 낮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업 규모별 격차는 극명했다. 100인 미만 사업장의 무체계 비중은 63.4%에 달한 반면, 100인 이상은 4.8%에 그쳤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76.2%가 임금체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1000인 이상 대기업은 3.7%만 무체계 상태였다.
업종별로도 양극화가 뚜렷했다. 숙박·음식점업(79.9%), 협회·단체 및 개인서비스업(77.2%), 부동산업(72.5%) 등 저임금 서비스업에서 무체계 비중이 70%를 웃돈 반면, 금융·보험업은 15.3%에 그쳤다.
임금체계 부재가 확산되면서 기존 체계의 비중도 빠르게 줄고 있다. 대표적인 연공형 임금인 호봉급은 2014년 27.1%에서 지난해 13.1%로 반토막 났다. 직능급(23.3%→9.5%), 직무급(12.2%→8.6%) 역시 감소세다. 역할급 등 새로운 체계를 도입한 사업체 비중은 13.7%로 늘었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다.
성과 중심 보상 역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성과배분제’ 도입률은 지난해 6.5%로, 2012년(11.9%)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100인 미만 사업장은 6.2%에 그친 반면, 100인 이상은 38.4%, 1000인 이상은 46.2%로 규모별 격차가 컸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업이 49.6%로 가장 높았고, 부동산업(1.0%), 개인서비스업(2.2%) 등은 사실상 도입이 미미했다.
이처럼 임금체계가 자리 잡지 못한 배경에는 영세사업장 중심의 산업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자 1인이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직무 구분 자체가 어렵고, 최저임금 적용이 사실상 임금 기준으로 작동하면서 별도의 체계를 설계할 유인이 낮다는 것이다.
노동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은 직무 구분이 불명확하고 임금 수준도 최저임금에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체계 개편을 유도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표준임금모델’ 확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직무 구분이 가능한 업종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조선, 자동차부품, IT, 바이오, 석유화학, 철강 등 6개 업종을 대상으로 모델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임금정보 제공도 확대한다. 산업·규모·직무·근속 등에 따른 임금 데이터를 구축해 노사 교섭에 활용하도록 하고,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표본도 기존 3만3000개에서 6만6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데이터는 2027년 하반기 이후 시스템을 통해 제공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제도 확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임금체계 개편은 제도 설계보다 현장 적용이 더 어려운 문제”라며 “영세사업장 구조 개선 없이 직무·성과 중심 체계를 확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