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원하는 시냅스를 정밀 제거해 뇌 회로를 재구성하는 ‘신트로고’ 기술 모식도.[IBS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뇌 회로를 편집해 기억력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활용하면 향후 자폐·조현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에 새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과 한국뇌연구원(KBRI) 공동연구진이 별세포(Astrocyte)를 이용해 원하는 시냅스를 정밀 제거해 뇌 회로를 재구성하는 ‘신트로고(SynTrogo)’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뇌는 수조 개의 시냅스가 복잡하게 연결된 회로, ‘커넥톰(Connectome)’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기억, 감정, 판단 등 인지 과정의 토대가 된다. 그동안 뇌 연구는 시냅스를 통한 신경세포 간 정보 전달 조절에 집중돼 왔으며, 정보가 흐르는 통로인 커넥톰 자체를 편집하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진은 면역세포가 상대 세포의 일부분만 마치 뜯어 먹듯 떼어내 제거하는 ‘트로고사이토시스(Trogocytosis)’현상에 착안, 이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합성 단백질을 제작했다.
신경세포의 시냅스에는 형광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GFP)을, 별세포에는 이에 결합하는 나노바디(GFP nanobody) 수용체를 발현시켜 두 세포가 강하게 결합하도록 고안했다. 그 결과 별세포가 표적 시냅스 부위를 효과적으로 포획하고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연구팀이 신트로고 기술을 생쥐의 해마 신경회로에 적용하자 시냅스 밀도가 약 27%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시냅스가 줄면 뇌 기능도 저하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살아남은 시냅스들의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대폭 강화되는 등 ‘양적 감소’가 ‘질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신경 가소성에 핵심인 가시돌기 소포체(Spine Apparatus)를 갖춘 스파인(Spine) 비율이 크게 늘어, 신호를 보다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뇌 회로가 재편됐다.
또한 신경 연결이 강화되는 현상인 장기강화도 증가, 신경 가소성과 회로 전체의 학습 능력이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 |
|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공동연구진. 이상규(왼쪽부터) 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차세대 연구리더, 이창준 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장, 이계주 한구뇌연구원 박사.[IBS 제공] |
연구진이 실시한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신트로고 기술이 적용된 생쥐는 약한 자극으로 형성된 공포 기억을 더 선명하고 오래도록 유지했으며, 기억 소거 후에는 기존 기억에 고착되지 않고 새로운 기억으로 유연하게 대체하는 능력을 보였다.
이계주 한국뇌연구원 이계주 책임연구원은 “시냅스가 감소한 상황에서도 뇌 회로가 스스로 적응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근본 원리를 규명했다”며 “다양한 뇌 질환 모델에서 인지 기능 회복을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준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시냅스 수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조현병이나 자폐증, 혹은 시냅스 손실이 특징인 퇴행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5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