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상가·한컴타자 소환한 코르티스 “하기 싫은 건 안 해”

미니2집 ‘그린그린’으로 쇼케이스
Y2K 감성…“우리에겐 새로운 것”


그룹 코르티스(CORTIS)가 20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그린그린’(GREENGREEN) 언론 공개회에서 수록곡 ‘영 크리에이터 크루’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올드 제너레이션, 우릴 불러 ‘영크크’.” (코르티스 신곡 ‘영크크’ 중)

평균 나이 18세의 코르티스가 2000년대 초반의 한컴 타자와 만났다. 최근 발매한 미니 2집 ‘그린그린(GREENGREEN)’의 수록곡. 화면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영크크’ 노래 가사를 세기말, 세기초의 투박한 UI(사용자 환경)로 풀어낸 화면에서 타자를 연습하는 바로 그 게임이다. Y2K 감성이 물씬 풍기는 스타일링을 한 코르티스는 지금의 ‘영포티’가 10~20대였던 시절로 되돌아가 자신들의 감성을 노래한다. 소속사 측은 “낡은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이자 접해보지 않은 힙합 것이라는 분위기를 녹였다”고 귀띔한다.

날 것의 K-팝 그룹이 왔다. 음반 판매량 200만장 돌파. 8개월 차 신인그룹치곤 꽤나 빠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코르티스다. 정교하게 설계된 아이돌의 전형을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무기로 삼은 다섯 소년들이다.

코르티스는 지난 20일 새 앨범 미니 2집 그린그린(GREENGREEN)’ 발매를 앞두고 연 쇼케이스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타이틀곡 ‘레드레드(REDRED)’를 통해 그룹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그린’으로, 거부하는 태도는 ‘레드’로 명확히 갈랐다. 노래에선 ‘팔랑귀’, ‘눈치 보기’, ‘쿨한 척’을 코르티스가 경계하는 ‘레드’로, ‘울타리 넘기’를 ‘그린’으로 설정했다. 호불호의 경계를 넘어 ‘우리답지 않은 것, 하기 싫은 것’을 구분하는 태도가 앨범을 관통한다.

그룹 코르티스(CORTIS)가 20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그린그린’(GREENGREEN) 언론 공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멤버 주훈은 “우리가 무엇을 멀리하고 지향하는지 담은 곡”이라며 “제임스 형이 툭 던진 ‘그린’이라는 단어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됐다”고 귀띔했다.

코르티스는 자신을 ‘영 크리에이터 크루’로 부른다. 줄임말은 ‘영크크’. 이번 앨범의 수록곡이기도 하다. 멤버들이 음악, 안무, 영상, 비주얼 제작 전반에 참여, 팀의 방향을 직접 설계하기 때문이다. 마틴은 “1집 때부터 솔직한 일상을 담으려 했고, 이번에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르티스에게 솔직함은 스스로 결정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났다. 성현은 “이번에도 5명 모두 제작 전반에 참여했다. 우리의 취향과 기준이 더 잘 담겨 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라 기대가 크다”고 했다. 건호 역시 “작업할수록 안무, 음악, 가사가 다 잘 들어맞았다. 믹싱까지 마친 뒤 ‘이건 타이틀곡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LA 송 캠프에서 세계적인 프로듀서들과 협업하면서도 코르티스는 ‘매끄러운 소리’ 대신 ‘거친 소리’를 고집했다. 제임스는 믹싱 과정을 떠올리며 “스피커가 터질 듯 소리가 깨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날것의 질감이 오히려 신선했다”고 말했다. 마틴 역시 “마지막 단계까지 프로듀서와 머리를 맞대고 팝스러운 느낌을 덜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그룹 코르티스(CORTIS)가 20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그린그린’(GREENGREEN) 언론 공개회에서 수록곡 ‘영 크리에이터 크루’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신보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비주얼이다. 타이틀곡인 ‘레드레드’ 뮤직비디오에서 코르티스는 과거로 향한다. 낙원상가, 오래된 삼겹살집, 오락실 등 시간의 흔적이 쌓인 노포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성현은 “한국적인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이들에게 레트로는 복고를 넘어 혼합이다. 낡은 공간 위에 현재의 감각을 얹고, 일부러 덜 정돈된 질감을 얹어 코르티스만의 것을 만들었다.

마틴은 “본편 제작 전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이 곡은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오래된 길 풍경이 노래의 거친 느낌과 잘 어울릴 것 같아 연습생 시절 오가던 길 등을 배경으로 담았다”고 했다. 제임스는 “다크서클이 드러나도 상관없으니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룹은 이미 데뷔 앨범으로 누적 판매량 206만 장을 기록한 ‘더블 밀리언셀러’다. 이번 앨범의 선주문량은 202만 4836장을 기록했다. 멤버들이 꼽은 인기 비결은 ‘진정성’. 마틴은 “우리의 솔직함을 팬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라이브나 자체 콘텐츠에서 보이는 멤버 간의 케미스트리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르티스는 ‘완성형 아이돌’이라기 보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변화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쌓아가는 그룹이다. 스스로 자기색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변화하는 정체성과 실험성이 또래 팬덤이 반응하는 이유다. 단 최종 목표는 명확하다. 마틴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싶다. 우리만의 상징성이 있고, 무대를 보러 가고 싶은 아티스트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훈 또한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연구하며 그 이상의 것을 끌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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