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드 급등·저가 재고로 인한 래깅 효과 전망
2분기 정부 지원책 등도 양호 실적에 기여할 듯
다만 글로벌 공급 과잉 등 중장기 불안 요소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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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석유화학단지 전경.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국내 석유화학 회사들이 올해 1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동 전쟁으로 제품 마진(스프레드)이 크게 개선된 데다가 저가 원재료 투입도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조적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체질 개선은 여전히 시급한 상황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8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8820억원과 영업이익 926억원의 실적을 기록, 3분기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케미칼 부문은 매출 1조3401억원과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 2년 반 만에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다. 비수익 사업 정리와 생산 라인 합리화 등 포트폴리오 재편 노력이 대외적인 수급 변화와 맞물려 빛을 발했단 분석이다.
다른 주요 석화업체 또한 1분기 실적 개선 관측이 이어진다.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석화사들은 가동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스프레드 급등에 힘입어 1분기 실적이 기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한 업체들은 1~2월 누적 적자를 기록했지만, 3월 들어 제품 마진이 크게 확대되면서 단숨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LG화학은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영업손실 1679억원)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지만, 석유화학 부문만큼은 제품 판가 상승과 긍정적인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에 힘입어 적자 탈피에 성공했을 것이란 분석이 이어진다. 하나증권은 “석유화학은 판가 상승 및 긍정적 래깅 효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2분기 또한 긍정적 래깅 효과로 유사한 실적일 것”으로 봤다.
한화투자증권 또한 “화학제품 가격도 올랐고, 전쟁 전 저가에 매입한 납사 재고가 투입되며 화학 부문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원가 구조로 2분기까지도 이익 방어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LS증권 역시 “1분기 유가, 납사가 상승에도 수요 비수기로 원가 상승 영향이 컸으나 기존 제품 재고가 3월 국제가 상승에 힘입어 회계 수익성은 석유화학부문에서 적자를 탈피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롯데케미칼도 컨센서스(영업손실 1473억원)를 대폭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유가·판가 상승에 따른 긍정적 래깅 효과 등 영향으로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할 것”이라며 2분기 또한 유가 하락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하락폭이 크지는 않아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삼성증권도 “3월 나프타 상승에 따른 긍정적 재고 효과가 스팟 스프레드 부진을 상쇄해 영업이익은 614억원으로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중동 전쟁 여파로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BD) 가격이 급등하면서 1분기 실적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이지만, 2분기부터는 원가 상승분을 판가에 전가하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석유화학업계가 2분기 실적 또한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정부 지원책이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4~6월 중 도입하는 나프타 계약 물량에 대해 전쟁 이전 가격과의 차액 중 50%(총 6744억원 규모)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원 범위는 나프타뿐만 아니라 LPG, 콘덴세이트, 에틸렌, 프로필렌 등 대체 원료와 기초유분까지 포함된다.
여기에 정유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휘발유와 디젤 생산에 집중하면서 나프타 공급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NCC 가동률이 낮게 유지되는 점도 단기적으로는 제품 스프레드를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은 여전하다. 현재 이란은 글로벌 에틸렌 생산 능력의 약 4%를 점유하고 있으며, 공격 대상이 된 기타 중동 설비까지 포함하면 에틸렌은 글로벌 생산 능력의 최대 16%가 공급 차질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 설비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복구 기간에 따라 수급 불안은 길어질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이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예정된 이들의 증설 물량은 글로벌 업황의 거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왔고, 전쟁 여파로 증설 일정 지연 등 가능성은 있지만 불확실하다. 이외에 나프타 수급 불안이 길어지면 MTO(메탄올 기반), CTO(석탄 기반) 등 다양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춘 중국 업체들에 비해 나프타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은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쟁 영향으로 (국내 석화업계) 구조개편 일정이 다소 지연될 수는 있으나 원료 조달 구조와 원가 경쟁력 측면의 열위가 해소되는 것은 아닌 만큼 구조개편 방향성 자체가 전면 수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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