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日에 밀리고, 가격은 中에 치이고…로봇화 바람에도 한국산은 외면 [샌드위치 된 K-로봇]

3월 산업용 로봇 수입량 6.1%↑
日·中 제품 관세에도 수입량 안 줄어
日, 품질 우수…中, 가격경쟁력 높아
국내공장 AX 추진 과정서 日·中 로봇 도입 사례 발생
“日·中 뛰어넘을 고부가 기술 개발해야”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한영대·박혜원 기자] #국내 10대 기업 중 하나인 A그룹의 한 계열사는 기존 공장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추진하면서 한 가지 고민에 빠졌었다. 그건 바로 생산라인에 한국 로봇, 중국 로봇 중 어떤 로봇을 설치할 지 선택하는 것이었다. 한국 로봇은 품질은 뛰어났지만, 중국 로봇은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자랑했다. A그룹 계열사는 비용 절감을 고려해 결국 중국 로봇을 택했다.

국내 기업들의 AX 추진 과정에서 한국 로봇이 외면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이 품질이 좋은 일본 로봇,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로봇을 선호하면서다. 이같은 흐름에 정부의 관세 조치에도 일본·중국 로봇 수입량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한국 로봇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韓제품, 기술력·가격경쟁력 모두 ‘애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 로봇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3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의 산업용 로봇 수입량은 58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4톤)보다 6.1% 증가했다. 수입 로봇 중 90% 이상이 일본·중국 로봇이다. 일본 로봇(335톤)이 가장 많고 뒤이어 중국 로봇(210톤) 순이다.

재정경제부(구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 20일까지 일본·중국산 4축 다관절 로봇(4개 관절이 갖춘 로봇)에 대해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관세율은 최대 43.6%였다. 반덤핑 관세 대상에는 세계 2위 로봇회사인 일본 가와사키중공업과 4위 화낙, 중국 쿠카로보틱스 등이 포함됐었다.

관세 조치는 한동안 효과를 봤다. 지난 1~2월 수입량(665톤)이 전년 동기(1046톤) 대비 36.4%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관세 조치에도 로봇 수입량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일본·중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 로봇은 한국 로봇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봇이 생산라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장비인 만큼 제조 현장에서는 신뢰도가 높은 일본 로봇을 선호하고 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로봇에 한 번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정 전체가 중단될 수 있다”며 “기업들은 초기 도입 비용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성과 유지 및 보수까지 고려해 검증된 일본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로봇의 강점은 단연 가격이다. 관세가 부과되기 이전 중국 로봇 가격은 한국 제품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가 부과됐음에도 중국 로봇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 로봇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비용 문제로 로봇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중소 제조 기업들에 중국 로봇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기업들이 AX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본·중국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박수한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는 일본·중국 로봇을 사용하는 게 익숙해져 국내 로봇을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韓, ‘틈바구니 속 생존’ 위해 휴머노이드 속도 필요성


중국 쿠카로보틱스 로봇 라인업. [쿠카로보틱스 홈페이지 캡쳐]


일종의 물량 밀어내기 움직임도 수입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기간에 일본·중국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수출량을 늘렸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3월 말 일본·중국산 산업용 로봇에 최대 19.8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재경부에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재경부 결정이 이뤄질 시 일본·중국산 로봇에 관세가 계속 부과될 예정이다.

관세 조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일본·중국 로봇 수입량이 크게 감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중국 로봇이 각자의 장점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의 AX 과정에서 일본·중국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관세 조치를 고려,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우리나라가 수입한 일본 로봇의 가격은 톤당 2만3079달러이다. 전년 동기(2만7316달러) 대비 15.5% 저렴하다. 같은 기간 중국 로봇 가격(톤당 3만1042달러 → 1만9337달러)은 37.7%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품이 일본·중국 로봇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부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휴머노이드 기술 등을 개발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국산 로봇을 사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대책 등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도 협동로봇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차별화된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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