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600만달러 세금폭탄’에도 영국 부자들 두바이 떠나 런던 찾는 까닭[나우,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금을 피해 두바이로 향했던 부자들이 두바이를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두바이의 부르즈 파크에서 운동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고율의 세금을 피해 영국을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했던 부자들이, 최근에는 두바이를 벗어나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일종의 ‘부자 리쇼어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전쟁이 ‘리그렉시트(Regrexit·후회를 뜻하는 Regret과 영국을 벗어난다는 뜻의 Brexit의 합성어)’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UAE에 거주하는 영국인의 8분의 1이 이곳을 떠나 영국으로 향했다. 지난 2월 28일 전쟁이 시작한지 한달여 만이다. 이는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UAE에서의 생활이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확산됨에 따른 결과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이란은 걸프 지역 내 미군기지나 주변 국가들의 에너지 생산 시설 등을 공격했는데, 그 과정에서 UAE는 이란이나 이스라엘보다도 더 많은 폭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안전하고 화려한 관광지 내지는 중동의 믿을만한 금융 중심지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법무법인 세든스 GSC의 시니어 파트너인 살림 셰이크는 FT에 이란 전쟁이 “불안정한 효과를 가져왔고, ‘안전한 피난처’라는 UAE의 이미지가 도전받고 있다” 말했다. 그는 “내 고객 중 상당수가 UAE로 이주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며 고객 중 한 부부는 영국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다른 고객들은 영국뿐만 아니라 키프로스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위스, 모나코와 같은 국가들도 거주지로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페인 힉스 비치의 파트너인 프레데릭 비외른은 상속세 때문에 떠났던 한 부부가 “불리한 영국 세금 제도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쟁 때문에 (영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중동의 불확실성이 그곳에서의 삶을 지탱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중동의 안전하고 화려한 관광지, 인프라가 잘 갖춰진 금융 중심지로 자리잡았던 두바이가 전쟁 장기화로 인해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시내 곳곳을 장식한 벽화의 모습. [게티이미지]

UAE, 특히 두바이는 부자들에게 자유롭게 사업을 하며 거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으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영국이 2024년 비거주자 제도를 폐지하며 사실상 부자 증세를 강화하면서 영국 부자들은 UAE로 많이 이탈했다. 영국은 영국 거주자여도 해외에서 번 돈은 국내로 들여오지 않는 이상 세금을 물리지 않았다. 그러나 2024년 이를 폐지하면서 영국 거주자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 돈을 벌건, 세금을 내게끔 제도를 바꿨다.

여기에 영국은 상속세도 강화했다. 전 세계에 있는 특정 자산에 대해 무제한 상속세를 도입했는데, 현재는 이 규모가 500만파운드(약 600만달러/한화 약 100억원)까지로 제한됐다. 부자 증세가 강화되면서 세계 최대 철강 기업 아르셀로미탈의 창업자인 락슈미 미탈부터 이집트 오라스콤 텔레콤의 회장이자 아스톤 빌라 FC 구단주인 나세프 사위리스 등 많은 억만장자들이 영국을 떠나기도 했다.

영국을 떠난 부유층의 상당수는 UAE로 향했다. UAE는 개인 소득세가 0%인 ‘부자들의 천국’이다. 이로 인해 전쟁 초기만 해도 UAE 거주자로 인정받아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부유층들이 안보 불안에도 불구하고 UAE로 향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부자들의 움직임이 반대로 바뀌었다. 벌써 2개월을 넘었지만 여전히 종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에 부자들마저 손을 들고 있는 셈이다. 공격에 대한 불안감으로 영국으로 발길을 돌린 부자들이 세금을 피하려면 90일 이내에 다시 영국에서 나와야 한다.

법무법인 마이스토 에 아소치아티의 파트너인 마르코 체라토는 FT에 “후회는 조세 제도가 다른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며 세금을 피해 UAE를 택한 것이 날씨나 높은 생활비, 부족한 녹지 등 다른 인프라에서는 아쉬운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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