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요계 ‘메이퀸’은…K-팝 여왕들 5월 대격돌

4대 기획사 간판 걸그룹 동시 출격
“생존 위한 철저한 전략적 배치” 해석
지방선거·월드컵 낀 6월 전 복귀 유리
신곡 장전해 대학축제 돌고 월드투어

 

아이오아이 [스윙엔터테인먼트 제공]

‘메이퀸은 누구인가.’

올해 5월 가요계는 유례없는 ‘걸그룹 컴백’ 러시로 분주하다. 이른바 ‘4대 기획사(하이브, SM, JYP, YG)’의 간판 걸그룹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달 사이에 모조리 앨범을 내고 활동 재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 프로듀서’의 신화를 쓴 아이오아이(I.O.I)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9년 만의 재결합을 확정했다.

그야말로 K-팝 여왕들의 ‘엔드게임’이 시작됐다.

왜 하필 5월에 귀환하나

가요계에선 이번 5월의 이례적 컴백 집중을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적 배치”로 풀이한다. 가장 큰 원인은 6월에 집중된 대형 ‘외부 변수’ 때문이다. 다음 달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북중미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름 투어 시즌과 글로벌 페스티벌 전에 음반 판매와 투어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최근 K-팝 시장은 ‘컴백→숏폼 바이럴→월드투어’로 이어지는 구조가 굳어졌다. 가장 큰 시장인 북미와 일본 투어를 돌기 위해선 상반기 안에 신곡 화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내수 시장의 가장 큰 ‘동력’은 대학 축제다. 5월은 ‘대학 축제의 달’인 만큼 신곡을 장전해 축제를 돌면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정치와 스포츠로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시기엔 신곡 홍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5월에 화력을 집중해 대학 축제를 한 바퀴 돌면 홍보와 수익이 동반 상승한다. 국내 시장 활동을 방송과 유튜브, 축제 등으로 마무리한 뒤 월드투어를 돌고 하반기 싱글을 준비하면 한 해 농사가 결실을 맺는다”고 귀띔했다.

5월의 ‘걸그룹 전쟁터’는 단순한 컴백 러시로만 설명되진 않는다. 각 팀들은 저마다의 과제와 서사를 안고 돌아온다. 정체성 회복, 커리어 하이, 재도약과 세대 교체 등 저마다 증명해야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선 그룹들이 많다.

‘커리어 하이’를 찍어라…베이비몬스터와 엔믹스

존재 증명의 시간이 왔다. 정체성을 강화하고, ‘커리어 하이’로 승부를 봐야 할 팀들이 있다.

먼저 YG엔터테인먼트의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다. 베이비몬스터는 지난 4일 미니 3집 ‘춤(CHOOM)’으로 컴백했다. YG는 이번 앨범을 “베이비몬스터의 한계 없는 음악적 역량을 보여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베이비몬스터는 데뷔 초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폭발했다. 유튜브와 틱톡 기반의 강력한 퍼포먼스로 소비층을 우선 확보했고, 힙합 기반의 사운드와 라이브 역량은 ‘블랙핑크 이후 YG 걸그룹 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국내 음원 파급력은 아직 증명 단계다. 이번 활동은 ‘글로벌 화제성’을 ‘국내 대중성’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안무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은 YG 특유의 ‘퍼포먼스 DNA’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JYP의 두 팀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승부를 건다. 먼저 오는 11일 돌아올 엔믹스(NMIXX)다.

엔믹스는 ‘믹스팝’ 실험을 끝내 자신들의 언어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데뷔 초만 해도 한 곡 안에서 장르가 급격히 전환되는 구조 때문에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린 그룹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블루 밸런타인’으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으며 팀의 전환점이 됐다. ‘실험은 유지하되 귀에 꽂히는 멜로디를 강화했다’는 평가 속에 음원 성적과 팬덤 규모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이번 미니 5집 ‘헤비 세레나데’는 이들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앨범이다. ‘Z세대(1997~2011년에 태어난 세대) 록스타’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작사에 참여한 타이틀곡은 엔믹스의 음악 세계가 보다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있지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반등’의 드라마를 써라…있지, 르세라핌

‘반등의 드라마’로 재도약해야 할 두 팀이 온다.

JYP의 있지(ITZY)는 ‘재도약’이 절실한 걸그룹 중 하나다. 한때는 ‘4세대 대표 퍼포먼스 그룹’으로 불렸으나, 지난 몇 년 사이 화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이번 앨범을 통해 있지는 4세대 대표 그룹으로서 명성을 되찾아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이미 희망은 보인다. 6년 전 발표한 ‘댓츠 어 노노(THAT’S A NO NO)’가 콘서트를 계기로 역주행하며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짧고 강렬한 퍼포먼스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폭발적으로 소비됐다. ‘시대를 앞서간 팀’이자, ‘탄탄한 라이브와 군무’라는 서사가 더해졌다.

이번 ‘모토(Motto)’는 단순한 컴백이 아니라 ‘있지는 여전히 강력하다’ 선언을 들려줄 시험대다. 멤버 전원의 솔로곡을 수록한 것도 연차에 걸맞게 개개인의 역량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컴백은 18일이다.

하이브에선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의 르세라핌(22일 컴백)이 5월을 책임진다. 데뷔 이후 줄곧 ‘자기 확신’과 ‘독기’를 팀의 정체성으로 밀어붙였으나,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분쟁 과정에서 튄 불똥으로 악재가 많았다. 하지만 ‘스파게티’가 글로벌 차트에서 선전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번 정규 2집은 르세라핌의 ‘2막 선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퓨어플로우 파트1’은 두려움을 인정하고 통과하는 과정을 다룬다. 흥미로운 것은 르세라핌의 음악은 언제나 르세라핌의 현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선공개곡 ‘셀러브레이션’은 멜로딕 테크노와 하드스타일 기반의 강렬한 사운드로 르세라핌 특유의 질주감을 유지하면서도, 이전보다 한층 단단해진 내면을 보여준다.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강력한 두 이름, 에스파와 아이오아이

‘걸그룹 시장’을 평정할 가장 거대한 이름이 등장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aespa)다.

에스파는 이미 쌓은 게 많은 그룹이다. ‘슈퍼노바’, ‘아마겟돈’으로 이어진 연타석 히트로 ‘쇠 맛’이라 불리는 독창적 사운드를 하나의 장르처럼 만들었다. 메탈릭한 신스와 압도적 비트, SF(Science Fiction) 세계관은 에스파만의 미학이다. 특히 ‘아마겟돈’은 멜론 장기 1위라는 기록을 남기며 대중성과 팬덤 화력을 동시에 증명했다.

하지만 이후 발표작들이 기대만큼 폭발하지 못하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런 만큼 이번 정규 2집 ‘레모네이드’는 중요하다. 에스파가 다시 한번 정체성을 극대화할지, 새로운 변주를 시도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선공개곡 ‘WDA’ 역시 세계관 서사를 더욱 확장하는 방향이었다. 컴백은 29일이다. ‘걸그룹 대전’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아이오아이(I.O.I)의 귀환이다.

2016년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탄생한 아이오아이는 짧은 활동 기간에도 K-팝 역사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지금의 서바이벌 프로젝트 그룹 시대를 연 원형 같은 존재다. ‘너무너무너무’, ‘소나기’ 같은 히트곡은 물론, “각기 다른 회사의 멤버들이 모여 하나의 팀이 된다”는 서사는 이후 K-팝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꿨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다시 뭉친 이들은 추억 소환 이상의 의미다. 지금의 4~5세대 걸그룹 경쟁 한가운데, 아이오아이의 재결합은 K-팝의 시간 자체를 압축한다. 프로젝트 그룹의 원형이 현재의 시스템 속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고승희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