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사업부에도 수억대 성과급?…노조 ‘7(부문) : 3(사업부)’ 고수에 성과원칙 위배 논란 [삼성전자 노사 최후담판]

19일 이틀차 중노위 사후조정 돌입
노조 원안대로라면 적자사업부 수억대 수령
메모리사업부선 불만 섞인 목소리
DX부문선 초기업노조 대표성에 의문 제기
사업부 비중 ‘60~70%’ 현실적 타협안 필요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왼쪽)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오른쪽)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첫날 회의를 마친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을 이틀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이런 가운데 성과급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며 대타협을 촉구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반도체 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전체에 배분한 뒤 30%만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나누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도 많은 성과급을 보장하는 이 같은 방식이 성과주의 원칙에 역행한다며 전체 배분율을 낮추자고 맞서고 있다.

내부에서는 노조안에 대해 적자 사업부 직원에 수억대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희생되는 구조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 반도체 성과급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다 보니 흑자를 내고 있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을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와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LSI·파운드리 직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협상 타결을 위해선 사업부 비중을 높인 현실화된 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자 사업부에 과도한 성과급 지급 초래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핵심 쟁점이 공통 재원과 사업부 재원 배분 문제였다고 알려졌다.

성과급 분배 기준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이 뚜렷하다. 노조는 성과급을 ‘부문 70%·사업부 30%’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에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의 15%에 해당하는 40조원 중 70%에 해당하는 28조원을 DS부문 모든 사업부가 똑같이 나눠 갖는다. 나머지 12조원만 사업부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사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공통 재원이 많아질 경우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전자식 성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부문 비중을 70%까지 높이면 적자가 발생하는 시스템LSI·파운드리 직원의 성과급 지급액을 높이기 위해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반도체 수요 덕에 DS부문은 1분기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는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선단공정 주문을 확보하며 적자 폭을 줄여가고 있지만 올해도 연간 적자 가능성이 높다. 부문 공통재원으로 70%를 할당할 경우 적자 사업부가 과도한 성과급을 받는 모순이 생긴다.

삼전 노사 성과급 재원분배 입장차


“종합반도체 회사 아닌 종합전자회사…5만 DX 목소리 반영해야”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 같은 배분 방식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사내 게시판을 중심으로 노조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가 성과를 낸 직원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도체연구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선단 공정 개발은 우리가 메모리보다 더 치열하게 매달려왔지만 실제 돈을 버는 곳이 메모리인 만큼 메모리가 더 많이 받는 것은 납득한다”면서도 “만년 적자를 내는 시스템LSI·파운드리가 부문 재원으로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DS부문 공통조직이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파운드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되는 구조에 불만을 표했다.

이 직원은 “공통조직 직원들은 메모리 팹 운영을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데 사무실에서 성과도 못 내는 적자 사업부 직원들과 비슷한 성과급을 받는 것이 과연 합당하느냐”고 지적했다.

DS부문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다 보니 DX부문 직원 의견은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다. DX부문에선 협상을 주도하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의 대표성에 대한 의문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

18일 중노위 협상장에 DX부문 직원을 위주로 꾸려진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측 간부가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백순안 동행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회사가 아닌 종합 전자 회사“라며 “DX부문 5만명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1일차 협상 뒤 DX부문 직원들을 배제하는 메시지를 남겨 부문 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텔레그램 초기업 소통방에서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봅시다”라며 “DX 솔직히 못해먹겠네요”라는 메시지를 남긴 내용이 사내에 퍼졌다. 최 위원장이 진화에 나섰지만 DX부문 직원 불만은 여전하다.

“노조안 관철시 프리라이더 양산 및 도덕적 해이 유발”


상황이 이렇다보니 DS부문 직원 사이에서도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사가 이틀차 협상에 돌입한 만큼 ‘부문 40%·사업부 60%’ 혹은 ‘부문 30%·사업부 70%’ 수준에서 타협이 필요하단 분위기다.

한 직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영업이익률을 경쟁사 수준인 10%로 적용하고 분배율은 부문 40%·사업부 60%로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적자 사업부는 내년에 실적을 개선해서 챙겨받으면 되는 것이지 흑자 사업부와 같은 수준으로 받아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남겼다.

재계에선 사업부 지급 비중을 높이는 게 성과주의 원칙에 부합하다고 평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계 전반으로 이 같은 논리가 퍼지면 프리라이더를 양산하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적자사업부에 수억대 성과급을 지급히면 임직원 동기부여라는 성과급 본질적 기능을 형해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