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집배원·야쿠르트 아줌마까지”…학생안전 골목 사각지대 없앤다 [세상&]

광주 여고생 사망, 통학로 안전 도마 위
서울경찰청장 학생 생활동선 직접확인
경찰-집배원-hy매니저 협업 안전망 구상
미로같은 골목 위엔 드론 띄워 모니터링

19일 오후 서울 은평구 로데오거리에서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이 비상벨 작동을 확인하고 있다.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아침 7시 전에 학교까지 걸어 올라올 때마다 저는 사실 좀 두렵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선일여중·여고 인근 통학로. 김기숙 선일여고 교장은 “학교로 올라오는 길에 골목이 많고 유흥가도 있어 아이들이 이동할 때 늘 걱정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연신내 일대는 이른 아침 시간에도 주취자 등이 있어 실제로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경찰, 학교 주변 사각지대 대응 강화

경찰이 통학로 안전 강화에 나섰다. 최근 광주에서 여고생이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면서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해야 할 통학로에서 잊을만하면 터지는 범죄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아무리 폐쇄회로(CC)TV가 많아졌다지만, 여전히 그늘은 존재한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현장은 인근에 대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었지만 상업시설은 드물어 유동 인구가 적었고, 해가 지면 인적이 더 드물어지는 환경이었다. 가장 가까운 CCTV는 사건이 일어난 자리에서 약 200m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이 같은 사건들을 계기로 통학로 전 구간을 경찰력만으로 상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 학교 주변 치안 사각지대를 메우는 예방 중심 대응책을 마련했다. 순찰 인력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골목과 주택가, 야간 취약 시간대를 보완하기 위해 생활 동선에 익숙한 지역 인력과 드론 등 기술 장비를 결합한 입체적 안전망을 활용하기로 한 것.

서울경찰청은 19일 초·중·고교 하교 시간대에 서울 전역에서 ‘학생안전 현장점검의 날’을 운영했다. 서울경찰청장과 31개 경찰서장, 243개 지역관서장은 각급 학교와 통학로 나가 통학로와 골목길, 학원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1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내 로데오거리에서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오른쪽)이 치안 파트너스 활동을 담당하는 집배원을 만나 이야기하는 모습. 전새날 기자

박정보 서울경찰청장, 은평구 일대 직접 점검

이날 오후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찾은 은평구 선일여중·여고 일대는 반경 500m 안에 학교 7곳과 학생 4293명이 밀집한 지역이다. 연신내 로데오거리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이 맞닿아 있어 학생 생활 동선과 유흥 상권이 중첩된 구역이다.

실제 이날 연신내 로데오거리에서 학교까지 약 950m 구간을 걸어보니 좁은 골목길과 언덕길이 반복됐고 골목 곳곳에는 술집과 음식점 간판들이 이어져 있었다. 일부 골목은 성인 두세 명이 지나가면 공간이 비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건물과 주차 차량 사이로 시야가 제한되는 구간도 눈에 띄었다.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골목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보행자 왕래도 적어졌다.

이번 점검은 단순 순찰 강화보다 통학로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박 청장은 통학로 곳곳에 설치된 비상벨을 직접 점검했다. 한 비상벨 앞에서는 직접 버튼을 눌러 작동 상태를 확인한 뒤 “벨 소리가 더 컸으면 좋겠다”며 “버튼 위치가 높아 어린 학생들은 손이 닿지 않을 것 같은데 검토가 필요하다”고 현장 관계자들에게 주문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는 경찰뿐 아니라 자율방범대와 집배원, hy 프레시매니저(야쿠르트 배달원) 등 지역 생활 동선에 익숙한 인력들도 함께 참여했다. 골목과 주택가, 언덕길 등을 매일 오가며 업무를 보는 이들을 범죄 예방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하겠단 취지다.

은평구 일대를 담당하는 한 집배원은 “골목 골목을 달리다 보니까 이상 상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며 “순찰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론을 활용해 차량 번호판 등을 추적하는 모습. 전새날 기자

경찰은 공중에 수색용 드론까지 투입했다. 이날 등장한 드론은 약 73m 상공에서 학교 정문과 골목 일대를 비추며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최대 30배 확대가 가능한 카메라를 달고 약 100m 높이까지 상승하는 드론 덕분에 좁은 골목 사이 시야가 끊기는 구간이나 차량 흐름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드론은 야간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사람과 차량의 움직임도 추적할 수 있다. 기존에는 실종자 수색 등에 주로 활용됐지만 최근 학생 안전 강화 흐름에 맞춰 통학로 점검에도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오는 7월 22일까지 10주 동안 학생 맞춤형 특별 치안 활동을 진행한다. 경찰은 학생 생활권역에 대한 순찰과 거점 근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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