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 뻥튀기’ 車보험사기 피해의 끝은 결국 소비자 [사기공화국의 민낯]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가짜 전표
형사처벌에도 정비업 등록 유지
物담보 보험금 5년새 29% 급증
행정처분 강화입법 국회 공회전


# 인천에서 정비공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직원도 사무실도 없는 종이뿐인 페이퍼컴퍼니를 따로 차렸다. 이 가짜 회사 명의로 매출 전표를 만들어 타이어와 방청제 같은 소모품을 자신의 정비소에 납품한 것처럼 꾸미고, 그 전표를 근거로 보험사에 수리비를 부풀려 청구했다. 부품을 산 곳도, 판 곳도 사실은 같은 사람이었다. ▶관련기사 2면

적발된 것만 따져도 청구 횟수 1278회에 편취 금액만 약 1억2000만원에 달했다. 그것도 전수조사가 아닌 일부 건만 특정해 적발한 결과로,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인천의 한 정비업체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보험사기를 벌이다 적발됐고, 2023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이 업체 대표는 지금도 같은 지역에서 정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기 판결을 받은 뒤 공장을 옮겨 새 사업자로 등록하고 영업을 재개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보험사기로 처벌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정비업 등록이 취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 처벌이 영업 자격 박탈로 이어지지 않는 사각지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험사가 손해사정 단계에서 이 업체의 청구를 과잉으로 판단해 일부를 깎으면, 업체는 “보험사가 부당하게 삭감했다”며 금융감독원과 언론에 민원을 제기한다. 민원 내용은 “지급보험금이 늦어진다”, “특정 청구를 깎았다”는 식으로 개별 사안을 떼어내 들이미는 방식이다. 민원이 누적되면 보험사 평가에 영향이 있다 보니, 일선에선 의심스러워도 손해사정을 끝까지 밀어붙이기 어렵다.

이런 행태는 인천 업체 한 곳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아래 부품·수리·렌트 영역에 자리 잡은 과잉 청구가 자동차보험 보험금 누수의 근원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정부도 지난해 2월 정비업자 행정처분 강화 계획을 내놨지만, 1년이 넘도록 후속 입법은 멈춰 있다.

▶사고는 1.8% 늘어날 때 보험금은 28.9% 급증=이런 사례가 쌓이면서 자동차보험 물(物)담보 보험금은 5년 새 가파르게 늘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 4개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가 지난해 지급한 물담보 보험금은 8조1932억원에 달했다. 2020년 6조3546억원에서 5년 만에 28.9% 늘어난 규모다.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전체 손보업계 기준 9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해는 사상 처음 1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문제는 같은 기간 사고 자체는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0년 497만건이던 물사고 처리 건수(수리+전손)는 지난해 506만건으로 1.8% 증가에 그쳤다. 사고가 늘어 보험금이 늘어난 게 아니라, 사고 1건당 청구되는 금액이 폭증했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보면 ▷부품비 3조7470억원(전체의 43.3%) ▷수리비(공임·도장) 3조4505억원(39.8%) ▷대차료(렌트·교통비) 7217억원(8.3%)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5년 증가율은 부품비가 42.9%로 가장 높았고, 대차료가 30.6%, 수리비가 22.7%로 뒤를 이었다.

▶보험금 부풀려 청구해도 제재는 커녕 민원 역공=업계는 이 같은 구조를 ‘로우리스크-하이리턴(저위험-고수익)’이라고 지적한다. 부품·정비·렌트카 업체가 보험금을 부풀려 청구해도 마땅한 페널티가 따라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수의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2년 81.2%에서 지난해 87.5%까지 치솟았고, 보험손익은 같은 기간 4780억원 흑자에서 708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손보사들은 올해 2월 5년 만에 자동차보험료를 1.3~1.4% 일제히 인상했지만, 4월까지 누적 손해율은 85.8%로 손익분기점(80%)을 크게 웃돈다. 여기에 사고와 무관한 부위까지 손상이 있는 것처럼 꾸며 수리하는 ‘확대 수리’는 소비자 차량 자체에도 흔적을 남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기로 적발되는 건 빙산의 일각이고, 적발까지 가지 않는 과잉 청구가 누수의 본류”라며 “결국 업체의 양심에 기대 부풀려진 청구를 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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