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사냥 값 8800만원”…보스니아 내전 민간인 사냥 의혹 수사 착수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로이터]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유럽 부유층이 돈을 내고 민간인을 저격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럽 4개국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벨기에 공영방송 VRT는 벨기에 연방검찰이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발생한 사냥 관광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검찰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수사한다면서 자국민 용의자를 확인했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법무부는 19일 보스니아 민간인 살해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용의자 2명을 파악해 지난달 말부터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용의자 1명은 오스트리아 국적이고 나머지 1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은 이탈리아인 4명을 수사 중이다. 이탈리아 작가 에치오 가바체니가 지난 3월 펴낸 책 ‘주말 저격수들’에서 밀라노의 한 업체가 주말 패키지 형태로 사냥 여행을 주선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가바체니는 사냥에 가담한 이탈리아 국적자만 250명에 달했고 이탈리아군 정보당국도 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냥 관광객’에 대해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동기는 없었다”며 “사격장이나 아프리카 사파리에 가는 사람들처럼 재미와 개인 만족을 위해 갔던 부자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공개된 슬로베니아 감독 미란 주파니치의 다큐멘터리 ‘사라예보 사파리’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검찰은 이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전쟁범죄 혐의 수사를 시작했다.

가바체니의 책에 따르면 사냥꾼들은 가짜 적십자 표시를 단 차량을 타고 의약품 운송을 가장해 보스니아에 들어갔다. 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스위스·오스트리아 출신 의사·판사·변호사·사업가 등 엘리트 계층이었다.

주어진 6시간 동안 총을 쏘고 사망자 나이와 성별에 따라 돈을 냈다. 어린이가 가장 비쌌고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어린이 살해 대가가 5만유로(약 88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사냥꾼들은 소년을 맞히면 파란색, 소녀는 분홍색으로 칠한 탄피를 전리품으로 가져갔다.

사냥꾼들의 경호도 맡은 프랑스인 인솔자는 “6시간 동안 어린이 2명, 여성 1명, 노인 3명을 살해한 이탈리아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보스니아 내전은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한 보스니아계와 이를 막으려는 세르비아계 사이에서 1992~1995년 벌어졌다. 세르비아계 스릅스카공화국군이 주도한 사라예보 포위전으로만 시민 약 1만10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년 안팎 지난 사건인 만큼 증거 확보가 관건이다. 지난 2월 조사받은 80세 전직 트럭 운전사는 보스니아에 간 사실은 인정했으나 “사냥이 아닌 업무”였다고 주장했다.

65세 또 다른 용의자는 스릅스카공화국군에 자원해 복무했다면서 “무슬림을 증오하기 때문에 발칸반도에 갔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일간 슈탄다르트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는 돈을 내고 간 인간사냥꾼보다는 극우 성향 용병일 가능성을 가리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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