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시스템·관리체계 근본부터 재점검 다짐
이마트 자회사 중 ‘매출 1위’ 캐시카우 역할
계열사 전반 불매 확산 우려 ‘급한 불 끄기’
업계선 “대국민사과로 불매운동 잦아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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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앞서 텀블러 판매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하며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와 함께 탱크데이라는 문구를 동시에 표기해 논란이 됐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정대한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내부 시스템과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계열사 전반으로 불똥이 튀기 전에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의도나 성향에 대한 해석으로 비화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신세계그룹이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5·18 당일 진행된 탱크데이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에서 처음 제안한 뒤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보고라인까지 4단계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문제 제기는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마케팅 즉시성을 우선시하면서 과거 진행되던 법무팀의 필터링 과정도 이뤄지지 못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실무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냈다”며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포렌식 검증과 교차 심문을 진행했지만, 임직원들이 고의성을 갖고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기획했다고 볼 만한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일부 직원은 논란 직후 부적절한 언행을 하기도 했지만 고의성은 부인했다. 탱크데이 명칭을 제안한 직원 등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는 등 회사 차원의 조사에 법적·절차적 한계가 있었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이에 향후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 고의성이 드러난 임직원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전 부사장은 “5명 직원을 직무 배제하고 (손정현)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 조치했으며, 향후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며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을 징계 조치하고 민·형사상 조치도 하겠다. 그룹 경영진 누구라도 이번 사안과 관련한 부적절한 개입이나 그 의도가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무엇보다 피해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한 치유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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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 내 한 스타벅스 모습. 임세준 기자 |
신세계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마트와 SCK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 감사보고서 등을 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연 매출 3조2380억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3조 클럽’ 달성이다. 식품업계에서도 연 매출 3조원을 넘는 기업은 오뚜기(3조6475억원), 농심(3조5143억원), CJ프레시웨이(3조4811억원), 풀무원(3조3802억원), 오리온(3조3324억원), 삼성웰스토리(3조3281억원) 정도밖에 없다.
이마트24, 신세계푸드, SSG닷컴 등 연결 자회사 중 매출 비중은 22.3%로 가장 크다. 올 1분기에는 매출이 8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며 매출 비중은 25.0%로 확대됐다. 1분기 영업이익 역시 293억원으로 자회사 중 가장 많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단순 실적을 넘어 계열사 전체에 시너지를 높여주는 역할도 했다. 신세계푸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2332억원 중 17.3%(2139억원)가 스타벅스코리아에서 발생했다.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다. SCK컴퍼니는 지난해 1062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마트는 지분율(67.5%)에 따라 약 717억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배당금 수취액(1412억원) 중 절반가량이 스타벅스에서 들어온 셈이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높은 실적 의존도는 거꾸로 이마트와 신세계가 스타벅스발(發)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뜻도 된다. 더구나 신세계그룹은 대체재가 많은 소비재·유통 기업이다. 소비자 민심에 실적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여론에 예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사태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즉각 해임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방증이다.
실제 탱크데이 논란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불매 대상 신세계 계열사 리스트가 돌고 있다. 스타벅스는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개인 간은 물론 기관·기업 선물로 인기가 많았던 기프티콘 매출이다.
25일 오전 9시 기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교환권’ 카테고리 랭킹을 보면, 1~2위를 차지하던 스타벅스 식음료 교환권은 9위로 밀려났다. 3위권에 있던 신세계 상품권 10만원권도 6위까지 내려왔다. ‘카페’ 카테고리에서도 1위를 메가MGC커피에 내줬다.
스타벅스의 파트너십도 흔들릴 수 있다. 카드업계에선 상반기 중 스타벅스 제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시할 계획이었던 신한카드가 출시 시점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PLCC 상품을 선보인 삼성·우리카드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6년간 현대카드와 단독 파트너십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휴처를 확대 중이다.
일각에선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일대를 개발하는 신세계그룹의 ‘더 그레이트 광주’ 프로젝트와 신세계프라퍼티가 추진하는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이 2029년까지 ‘더현대 광주’를 출점한다는 계획이어서, 출점 지역마다 1위를 공고히 하는 ‘지역 1번점’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에 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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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 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 사과문이 부착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이번 사태가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이 스타벅스코리아를 ‘저질 장사치’라고 비난한 데 이어, 정부와 여당 등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정용진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모욕 및 5·18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박하성 씨 등에 대해 2차 조사까지 마쳤다.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와의 라이선스 계약도 변수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본사 측에 ‘콜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귀책 사유로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면 스타벅스 본사가 이마트 측 지분 전량을 시장 가치에서 35%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전 부사장은 “미국 본사와 정확하게 모든 상황을 공유하고 있고 수일 내 내부통제 절차 개선 등과 관련한 공식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콜옵션에 대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현재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미국 본사서도 이 부분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국민사과로 불매 운동이 서서히 사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재팬’ 등 불매 운동의 학습효과가 있어 예전과 똑같지 않다. 불매 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꽤 있다”며 “이번 사과로 진정성이 전달되면 서서히 잦아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