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사회 속살 드러낸 로또 성과급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임단협이 조합원 찬반투표만을 남겨 놓고 있다. 27일이면 6개월의 지난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가결 되더라도 주주단체의 무효 확인 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 넘어야 할 산은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다.

설령 예고된 법적 다툼을 넘더라도 끝난게 아니다. 삼성전자 임단협이 사회에 던져 놓은 숙제는 한 뭉텅이다. 밤을 꼬박 세워도 풀지 못할 복잡다단하고 골치 아픈 과제들이다. 현재 예고된 법적 다툼은 복합방정식처럼 얽히고설킨 과제들의 예제문일 뿐이다.

유튜브 등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SK하이닉스 밈과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데에는 ‘억’소리 나는 금액이 있다. 부러움과 조롱의 대상으로 소비된 억대 성과급은 ‘영업이익의 N%’라는 정체불명의 산정식에서 나왔다. 기존의 EVA(경제적 부가가치)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지만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재명 대통령 20일 국무회의에서)이다.

성과급 문제는 이참에 풀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성과급 지급 방식에서부터 투명한 성과급 산정과 공정한 성과급 대상 선정 등에서 모두가 납득할 만한 기준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경영진에 대한 과도하고 불투명한 보상 역시 똑같은 잣대로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초기업노조가 2024년 당시 삼성전자 경영진에 대한 불투명한 성과급 지급 문제를 꺼내든 것은 다시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로또 성과급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이에 따른 노노갈등 역시 서둘러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이 조합원 찬반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일반 회사원의 14배가 넘는 성과급 잔치가 조선, 중공업, 자동차 등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은 단순한 경고문이 아니다. 원청과 하청으로 이뤄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무분별한 성과 배분 목소리에 확성기가 될 수 있는만큼 대화와 타협, 제도개선의 묘수를 두어야 한다.

과도한 요구가 파업으로 이어지고, 정부의 중재로 어정쩡한 타협으로 최악을 면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노사관계도 허투루 봐선 안된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는 피해의식은 서로에게 총구만을 겨눌 뿐이다. 이러한 투쟁 일변도의 경직된 노사관계는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노동권과 기업경영권을 정교하게 저울질하고 중재할 수 있는 제도 논의는 신(新)노사관계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짚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숙제는 끝이 없다. 노동조합은 연대의 가치를 중시한다. 연대의 가치는 분명 명과 암이 있다. 고용안정 등 노동권을 확장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정치투쟁으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최근 연대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철저하게 우리 몫, 내 몫만 따지는 이기주의가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개인에 대한 보상 위주의 목소리는 오히려 노동권만 약화시킬 수 있다. “노동3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몇몇 사람만의 이익을 위해 집단으로 뭔가를 관철해내도록 무력을 준 게 아니다”라는 이 대통령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실적이 한국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취약한 경제구조, 노동 이후의 삶을 보장할 수 없는 취약한 사회안정망, 초과세수 등의 문제는 덤이다. 로또 성과급은 한국 사회가 그간 안고있던 쓰라린 속살을 드러냈을 뿐이다. 이제는 숙제를 풀어야 할 시간이다.

한석희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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