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상여 800% 불가…주 4.5일제는 16만대 생산 차질”

현대차 노사 6차 교섭서 임금·근로시간 요구안 공방
노조, 상여금 750→800% 요구
완전월급제·주 4.5일제도 요구
사측 “성과 변동성·생산 차질 감안해야”
“노동강도 조정 없이 노동시간만 단축 불가”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6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인상 규모 등을 다룰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고 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상여금 인상과 완전월급제, 노동시간 단축을 놓고 정면으로 맞섰다. 노조는 상여금 지급률을 기존 750%에서 800%로 높이고,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주 4.5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회사 측은 상여금 확대는 회사 성과와 사회적 인식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고, 주 4.5일제가 도입될 경우 연간 16만대 수준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는 견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날 6차 교섭을 열고 미래산업 고용안정, 완전월급제, 노동시간 단축, 상여금 800% 인상 등 주요 요구안을 논의했다. 앞선 교섭에서 신규 인원 충원과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 별도요구안을 놓고 입장차를 확인한 데 이어, 이날 교섭에서는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개편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완전월급제 시행,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전환에 따른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주 4.5일제 도입,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정년연장 등을 함께 제시했다.

이날 교섭에서 회사 측은 상여금 800%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대차는 현재 통상임금 기준 총 지급액이 이미 크게 늘어난 상황이고, 계열사 파장과 사회적 인식까지 고려하면 상여금 추가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조는 상여금 지급률이 19년째 고정돼 있다며 안정적인 임금 인상을 위해 상여금 50%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완전월급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노조는 특근이나 생산 물량에 따라 임금 격차가 커지는 현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급 등 고정급 비중을 높여 물량 변동에 따른 임금 불안정성을 줄이자는 것이다. 노조는 완전월급제와 관련해 “이제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고정급 인상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현 임금체계가 기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완전월급제는 회사의 인건비 구조와 생산 유연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취지다.

지난 1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


사측 “4.5일제 땐 생산 감소”…노조 “세계적 추세”


노동시간 단축을 두고도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이 전 세계적 추세라며 정부 입법 전이라도 전 직군에 맞는 단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를 통해 주 4.5일제를 도입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반면 회사 측은 주 4.5일제 도입 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현대차는 주 4.5일제 시행 시 연간 16만대 수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 국내 생산량 약 185만대의 9%에 육박하는 규모다. 노동강도 조정 없이 노동시간만 단축하는 방식은 회사 입장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미래산업 고용안정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신사업 계획 단계부터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해야 하며, 산업 재편 과정에서 기존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미래산업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사업 재편과 인력 운영 방향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회사 측은 신사업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 없이 고용안정을 약속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울산공장 확대 등 고용 관련 고민은 하고 있지만, 사업 계획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교섭장에서 모두 공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산업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인력을 어떻게 배치하고 재교육할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지만,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한 요구는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열린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에서 이종철 노조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규직 충원·정년연장까지…쟁점 산적


노조는 이날 교섭에서 회사 측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이종철 현대차지부장은 “요구안은 현장 조합원들의 절박한 목소리”라며 “과도한 요구라는 언론 비판은 인정할 수 없다. 반드시 교섭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고용안정위 등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지만 상호 존중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양측 입장을 조율하자”고 밝혔다. 또 “요구안이 가볍지 않다”며 “회사 성과와 연간 변동성을 감안한 범위 내에서 교섭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차 임금협상은 기본급과 성과급을 넘어 고용 구조, 정년연장, 임금체계, 근로시간 단축까지 쟁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별도요구안으로 해고자 원직복직, 정년연장, 신규인원 충원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정년퇴직 등으로 줄어드는 자연감소 인원을 정규직으로 충원해야 한다며 단체협약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직원 수 추이 및 비정규직 수 증가 추이


회사 측은 전동화 전환과 공장 재편, 로봇 도입 등 생산 환경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로봇 실증 거점으로 삼고, 2028년 미국에 연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글로벌 생산 현장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 로봇 2만5000대 이상을 투입하는 계획도 제시한 상태다.

전기차 전환 역시 인력 운영의 변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고 파워트레인 구조가 단순해 생산과 부품 공급망 전반에서 필요한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정규직 신규 채용, 정년연장, 노동시간 단축, 완전월급제 등을 동시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미니 냉장고를 들어 옮기고 있다. 아틀라스는 팔과 다리, 몸통을 함께 활용해 무게를 분산하고 균형을 잡는 전신 제어 능력을 시연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제공]


한편, 지난해 임단협은 상견례 후 83일 만인 20차 교섭인 9월 잠정합의에 이른 가운데, 올해 임협은 지난 6일 상견례 이후 이날 6차 교섭까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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