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물가·환율 모두 긴축 신호…신현송 금리인상 강한 시그널

신현송 총재 ‘매파적 메시지’ 배경은
금리인상 금통위원 2명 소수의견 개진
공급발 물가압력·고환율·부동산 과열 겹쳐
성장률 상향 속 금통위 내 인상 의견 확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하면서도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강하게 낸 것은 그만큼 공급충격발(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훈풍에 경제성장률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고환율이나 부동산 과열 등 경제 상황도 긴축적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28일 신현송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상승 압력의 확대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방문에서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직접 언급된 것은 지난 2024년 8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특히, 당장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소수 의견도 2명이 개진했다.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 27일 회의 이후 네 번째 회의 만이다. 그만큼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난 셈이다. 이번 금통위가 매파적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은 그만큼 통화정책의 주요 거시지표인 경제성장, 물가, 금융시장, 부동산 등은 모두 금리 인상 신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란 전쟁발 공급 충격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세가 경제성장 경로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 2월(2%)보다 0.6%포인트 올려 잡은 것이다. 한은은 지난 2024년 11월 올해 전망치를 1.8%로 처음 제시한 뒤 지난해 2월 유지했다가 5월 1.6%로 낮췄다. 이후 11월(1.8%), 올해 2월(2%)에 이어 연이어 높였다.

한은 안팎에서는 3% 이상의 성장률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신현송 총재 또한 취임 직후부터 1분기 경제성장률 수치와 반도체 호조에 큰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신 총재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급 차질 영향이 다소 확대되겠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 추경 등의 영향으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제 성장세가 반도체 등 IT 부문에 쏠려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이른바 ‘K자형 성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2.2% 늘어났지만, 비(非)반도체 품목 수출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렸다가는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며 21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5월에는 이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다. 석유최고가격제 등 정부 정책이 상방 압력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는 있지만, 이란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치면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지난 2월 2.2%포다 0.5%포인트 높은 2.7%로 제시했다.

신 총재는 “향후 물가경로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비용상승의 파급 정도, 정부 물가안정 대책의 효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도 금리 인상 기조 전환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평균 환율은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1448.4원에서 3월 1492.5원까지 급등한 뒤 4월에는 1485원으로 떨어졌지만, 5월 들어 환율은 다시 1500원을 찍은 뒤 고공행진 중이다. 이달 27일까지 환율은 주간 종가 기준 8거래일 연속 1500원을 넘겼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미국의 장기 국고채 금리 급등에 환율 상방 압력이 더 세졌다. 미국에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여력도 더 졌다. 한·미 금리차 역전 현상은 고환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과열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평균 0.31% 올랐다. 상승폭은 직전 주 대비 0.03%포인트 커지며 3주 연속 확대 흐름을 이어갔다. 가계 빚도 늘고 있다.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부 대출 규제에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3년 만에 처음 감소했지만, ‘풍선효과’로 비은행예금취급기간 등에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올랐다.

여기에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적극적 재정 정책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 당국 한 관계자는 “통화정책은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하게 영향을 끼쳐서 금리를 높이면 취약차주 등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이를 재정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다”며 “최근 세수 증가로 재정 여력도 충분하고 정부의 적극 재정 기조를 고려하면 앞으로 금리 인상 여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분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벼리·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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