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2.0→2.6% 상향”…반도체 호조세에 5년 만에 최대폭 상향

중동 충격 완충…반도체 수출이 견인
반도체 낙관 시 성장률 3%대 가능성
경상수지 흑자 2500억달러, 작년 두 배
신현송 ‘중동’ 언급만 21번…핵심 변수
호르무즈 막히면 성장률 0.5%p 하향도
근원물가도 2.4% “8월 정점 가능성”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중동발 충격에도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이 기존 2.0%에서 2.6%로 석 달 만에 상향 조정된 배경에는 반도체 경기 호조가 결정적이었다. IT 수출이 예상보다 강한 호조세를 띄는 데다 추경과 증시 호황까지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와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 시점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진단이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성장률=한은은 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이는 잠재성장률(약 1.8%)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022년(2.7%)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 2월 전망치에서 0.6%포인트(p) 높였는데, 이는 2021년 5월 3.0%에서 4.0%로 1.0%p 올린 이래 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또 이번 한은 전망치(2.6%)는 한국개발연구원(KDI·2.5%) 보다 소폭 높고, 한국금융연구원(2.8%)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민식 거시경제전망 부장은 이날 오후 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2월 전망치보다 0.6%p 상향 조정된 2.6%를 전망한다”며 “이는 중동발 공급 충격을 추경 등 정부 정책과 기업 대응이 일부 완충하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호조세를 지속하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은 조사국은 중동 전쟁이 올해 성장률을 0.4%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을 4.9%로 전망했다. 지난 2월(2.1%) 전망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설비투자 증가율도 4.4%로 2월(2.4%) 전망보다 크게 높여 잡았고, 민간소비도 1.8%에서 2.0%로 높였다. 반면 건설투자는 1.0%에서 0.6%로 낮췄다.

이와 관련, 신현송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후 기자간담회에서 “건설경기도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말씀드렸는데, 설비투자·건설투자·소비 이런 면에서는 다 전반적으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온기가 퍼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를 반영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 2월 전망치(1700억달러)보다 대폭 높인 2500억달러로 전망했다. 종전 사상 최대치인 지난해의 1231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반도체 수출에 따른 상품수지뿐만 아니라 서비스수지도 최근 외국인 여행객 유입 증가,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해외여행 수요 둔화 전망 등을 감안할 때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취업자 수는 18만명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19만명)보다 부진하지만, 정부 추경 효과와 돌봄 관련 일자리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점 등을 반영해 2월 전망(+17만명)보다 소폭 상향 조정했다. 민간 고용상황도 작년 하반기 이후 회복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낙관 전망시 3%대도 가능=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지난 2월 전망치인 1.8%에서 2.1%로 0.3%p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1.9%로 처음 제시한 뒤 지난 2월 1.8%로 낮췄다가 이번에 다시 올렸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의 반도체 경기 호조 역시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한은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더 확대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5%p, 0.3%p씩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물가상승률도 올해와 내년에 각각 0.1%p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우려로 빅테크 기업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비관 시나리오’의 경우 성장률이 올해 0.3%p, 내년 0.2%p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호르무즈 막히면 성장률 0.5%p↓=신현송 총재가 이날 통방 기자간담회에서 ‘중동’을 언급한 횟수만 21차례에 달할 정도로, 한은은 이번 경제전망에서 중동 정세를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이에 한은은 중동 상황 전개에 따른 낙관·비관 시나리오도 각각 제시했다.

먼저 미국과 이란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빠르게 재개되는 경우에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각각 0.1%p씩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올해 0.2%p, 내년 0.3%p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대로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고 연말까지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5%p, 0.3%p씩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0.3%p, 내년 0.5%p씩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2%에서 2.7%로 0.5%p 상향 조정했다. 2023년(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고 본 것이다. 한은 조사국은 “올해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시차를 두고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 고유가 충격이 파급되면서 지난 2월 전망보다 크게 높은 2.7%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 2월 전망(2.1%)보다 높은 2.4%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세는 올해 8월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에서 2.3%로 올렸다. 한은은 “내년에는 유가 측면의 비용상승 압력이 줄어들겠지만 수요측 압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모두 목표 수준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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