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민주당 텃밭…첫 무소속 돌풍 안갯속
‘현직’ 김관영 인지도 우위 속 동정여론까지
‘여당후보’ 이원택, 현 정부 지지세 수혜 기대
공천과정 논란에 엇갈린 표심 ‘백중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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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인근 교차로에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관영 무소속 후보의 전북지사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주=김도윤 기자 |
“도지사는 김관영 찍고 도의원은 조국혁신당으로 밀어버릴 거여”, “공천 못 받았다고 나가서 민주당 욕보이는 배신자는 안 된단 말이여”, “어떤 놈을 찍어도 마찬가지여.”
최근 기자가 찾은 전북 전주시 덕진체련공원 노천카페.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두고 팽팽한 설전을 벌이던 10여명의 50~60대 도민들이 주고받은 말이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 출범 이후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전북지사 선거판이 흔들리고 있다. 무소속이자 현 지사인 김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선거는 안갯속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이날 기자가 만난 시민 7명 가운데 4명은 김 후보를, 2명은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각각 답했다. 1명은 “아직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원기(59) 씨는 “당을 보고 이 후보를 찍겠다”며 “민주당을 욕하고 당을 분열시키는 그런 사람은 찍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김대종(58) 씨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관록 있는 국회의원 출신 지사 아니냐”며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도 그렇고 현대자동차 투자협약 같은 굵직한 사업을 밀어붙이는 거 보면 힘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성토도 이어졌다. 양용희(60) 씨는 현 지도부를 향해 “직접 줬나, 대납했나 차이지 둘 다 문제가 있었는데 김관영은 조사 한번 없이 제명됐다”며 “공천을 이런 식으로 하면 전북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해 말 지역 청년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리기사비 명목으로 약 91만원을 지급한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당 지도부는 의혹이 제기된 지 반나절 만에 김 후보를 전격 제명했다.
이 후보의 경우 약 70만원 상당의 식사비 대납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 윤리감찰단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리면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현장에서는 후보 개인의 의혹보다 민주당의 공천 기준이 공정했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전주 완산구에 거주하는 김정남(49) 씨는 “집 앞에 걸린 민주당 현수막에 ‘현금 살포 거짓말 정치, 투표로 심판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더라”면서 “원래 같은 당이었던 사람을 상대로 그런 현수막까지 거는 걸 보면서 억울해 무소속으로 나올만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김 후보를 옹호했다.
김 후보에 대한 일부 동정론도 감지됐다. 모래내시장 상인 박우억(76) 씨는 “평생 민주당 말고 딴 데를 찍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 양반(김관영)이 공천 떨어지고 을마나 속이 상했겄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강세 지역답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모래내시장 상인 유모(69) 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고 있고 집권당이 힘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진구의 정성민(50) 씨 역시 “김 후보를 지지했지만 민주당이 공천을 안 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의 판단을 믿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현 지사인 김 후보는 인지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전북에선 이번 선거를 사실상 ‘친정청래 대 반정청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김모(67) 씨는 “정 대표는 ‘한풀이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지도부가 너무 강성으로 밀어붙이니 피로감이 쌓인다”고 말했다.
시장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조모(60) 씨는 “정 대표가 하는 정치는 전북을 위한 공천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삼천동에 사는 최모(60) 씨는 “전북에서 힘있는 인물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늘 하는데 가만보면 전북지사를 줄세워 마음에 드는 사람 상 주는 자리로 여기는 것 같아서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완산구에 사는 노봉래(65) 씨는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시대는 끝났다”며 “민주당이 전북을 잡은 물고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북대 학생인 조모(23) 씨는 “정 대표가 1인1표제를 추진하고 정당 민주주의를 살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지해 왔다”며 “‘뉴이재명’ 현상 이야기도 있지만 민주당의 정통성은 정 대표가 더 갖고 있고 공천에 관한 결정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도민들도 많았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병남(60) 씨는 “정치 싸움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이라며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을 받으려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신청 과정이 복잡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면서 “제대로 된 금융정책으로 생활을 뒷받침해 줄 후보가 누구인지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전주=김도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