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두달 새 69%↑…메모리 업종이 강세주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수요 전망은 여전히 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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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론 로고.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경쟁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이례적인 강세 흐름을 지속하면서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기업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4~5월 동안 69% 상승했다.
반도체 업종의 강세에 힘입어 미국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왔다.
특히 반도체 업종 가운데서는 메모리 반도체가 유례없는 수요 급증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올해 들어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했다. SK하이닉스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258%에 달했고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164% 올랐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한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500조원)를 돌파한 데 이어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도 각각 지난 26일과 27일 시총 1조달러 클럽에 합류했다.
최근 AI는 단순 질의응답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연산을 뒷받침할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의 거품 논란이 이러한 메모리 수요 급증이 AI 혁명에 따른 구조적 변화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천문학적 AI 투자로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이례적인 실적 개선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리버웰스 어드바이저의 에드 오고먼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진입하더라도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이 얼마나 큰지, 또 훌륭해 보였던 상황이 하루아침에 얼마나 급변할 수 있는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증시에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성이 큰 업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이크론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디지털 기기 수요 급증의 수혜를 입으며 2022년 연간 순이익 87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심각한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2023년에는 58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향후 실적 전망을 기반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한 가치평가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현재 마이크론의 12개월 선행 PER은 10배 안팎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평균인 27배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이러한 낮은 밸류에이션이 현재의 호황이 지속된다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장밋빛 실적 전망에 밸류에이션이 저렴해 보여 투자했다가 업황이 곤두박질치면서 주가가 급락해 큰 낭패를 보는 사례를 과거에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스파크라인 캐피털의 카이 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정점은 사후적으로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거품 논란의) 핵심은 AI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까지 지속될지에 달려있다”며 “투자가 지속된다면 반도체는 아마 계속 좋은 성과를 내겠지만, 우리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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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로고. [로이터] |
한편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존의 가치평가 방정식은 AI 시대에 접어들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커지면서 바뀌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
HBM은 제조 난도가 높고 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다른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메모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기공급계약(LTA)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업황 진폭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UBS는 최근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하면서 “시장이 마이크론 주식에 좀 더 ‘정상적인’(normal) 밸류에이션 배수를 부여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AI가 메모리 산업 전반에 가져온 구조적 변화의 세부 내용이 구체화할수록 마이크론에 대한 재평가(re-rate)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폴라 캐피털의 조리 노데카에르 글로벌 신흥·아시아시장 부문 대표는 “나는 (닷컴버블 때 유행했던)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하는 진영에 속하지는 않지만, ‘더 오래 높게’ 진영에 확고히 속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HBM으로의 진화로 공급 측면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고, 수요 측면도 견고하게 남아 있다”며 “또한 장기공급계약 구조의 등장으로 둔화 국면에서 업황 진동 폭을 줄이고 생산 및 가격 관리가 개선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아마존,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올해 최대 7250억 달러를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에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AI 인프라 투자가 ‘군비 경쟁’ 양상을 띠면서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다만 오고먼 CEO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과거에도 큰 부침을 반복해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본지출 규모가 절대적으로는 늘어나더라도 적어도 성장세는 정체 국면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