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파업 문턱 낮춰…손해배상 어려워
하청노조 무차별 원청 교섭 요구로 혼란 가중
현대차 사용자성 첫 판단…공동투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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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 윤창빈 기자 |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기업 영업이익에 대한 ‘선제적 배분’, 이른바 ‘영업이익 N%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의 움직임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경영계 안팎에서 “기업의 미래를 위해 활용돼야 할 재원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 연구개발 등에 사용돼야 할 영업이익을 선제적으로 배분해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토요타 노사관계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내 노조는 노사의 ‘윈-윈’을 위한 장기적인 미래 생존이나 투자보다 단기적인 이익 분배에 집중하는 교섭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노조의 과도한 이익 분배 요구는 산업 대전환기에 필수적인 R&D 및 미래 기술 투자 재원을 심각하게 잠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반도체를 넘어 전 산업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조가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주장을 관철시키자,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영업이익 15%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후 자동차, 조선, 통신, IT 업계에서도 임금협상에 성과급을 이익의 일정 비율 이상 지급하라는 안건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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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양대노총 타워크레인노조 총파업 선포 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
특히,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여파로 파업 문턱이 낮아져 대규모 집단행동이 ‘성과급 N%’를 관철시키기 위한 볼모로 활용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사측이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개별 조합원의 귀책 정도와 책임 범위를 일일이 입증해 실제 청구가 쉽지 않다. 여기에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에서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선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노조가 체감하는 파업의 실효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는 10일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추후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수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27일 경기 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이달 파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의 영업이익을 주장하는 반면, 회사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협력업체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빗발치는 점도 노사관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한달 동안 1011개 하청노조가 372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참여한 조합원 수는 약 14만6000명에 달한다.
특히, 노동계가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교섭을 요구하면서 사용자 범위와 교섭 의제를 둘러싸고 노사 간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성과급 배분이 교섭 의제에 오른 뒤 협력업체들까지 원청을 대상으로 이익 분배를 주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총은 “일부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 기업이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진행하는 등 실력행사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원청 교섭 쟁취를 주장하며 7월 15일 총파업과 산하 조직별 대규모 도심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노사관계 불안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파업과 대립적 노사관계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지난해 노란봉투법이 외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국제 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의 노사관계는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9개국 중 종합 순위 27위를 기록했지만, 노동시장 부문은 53위에 머물렀다. 전 세계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한국 경제의 매력 요인 가운데 ‘효과적인 노사관계’를 꼽은 비율은 5.3%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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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
한편, 재계와 노조는 이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현대차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심판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가 구내식당 종사자, 보안업체 직원 등 하청 조합원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자리로, 현대차의 사용자성에 대한 첫 판단이다. 현대차는 사내외 협력사가 8500여 곳에 달하는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로, 이번 판단의 파장이 완성차를 넘어 협력사 구조를 갖춘 제조업 전반으로 번질 전망이다.
더불어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는 이달 8일 공동 투쟁을 위한 첫 회의에 나서면서 그룹사 공통 투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공동 투쟁에는 완성차는 물론 부품, 철강, 물류를 포함한 그룹 내 노조 38곳이 포함됐다. 전체 조합원 수는 8만7452명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초기업 노조가 ‘N% 성과급’을 관철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현대차그룹 노조 역시 공동 투쟁을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노사관계 갈등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