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익, 나눠라 vs 재투자하라”…정부 내 ‘엇박자’[세종백블]

초과이익 공유론에 정부 내부도 온도차
연기된 토론회…“사회적 대화? 내부정리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꺼내든 ‘초과이익 사회적 공유’ 화두가 정부 내부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성과급 갈등을 넘어,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이익을 어디에 써야 하느냐는 노선 차이로 번지는 양상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을 언급하며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분배하는 유일한 해법은 사회적 대화”라고 밝혔다. 반도체 부문 성과를 협력업체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경제팀의 시각은 달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틀 뒤 X에 “반도체 산업의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AI 호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산업 대도약의 성장엔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X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댓글을 달았다. [김정관 장관 X 갈무리]


재정당국도 같은 기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제2의 메모리반도체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첨단산업 미래 먹거리에 과감하게 투자하되, 사회안전망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과이익은 물론 초과세수까지 미래 산업 재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이를 노동부 장관 발언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 반론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노동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영훈 장관은 김정관 장관의 게시물에 “협력업체 동반성장으로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만들자”는 댓글을 달며 원·하청 상생이 필요하다는 반론을 폈다.

대통령실도 굳이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강유정 대변인은 “노동부 장관은 노동의 입장에서, 산업부 장관은 산업의 입장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만 했다. 관가에서는 “정부 입장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정부가 토론회를 열고 장관이 직접 의제를 제기하는 순간 시장은 정책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론화를 주도하면서 개입은 아니라는 설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김영훈, 김정관 두 장관의 ‘맞짱 토론’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과이익공유제 자체가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초과이익’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경제학에 정상이익은 있지만 초과이익은 현실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손실은 나누지 않으면서 왜 이익만 나누느냐’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온다.

결국 노동부가 추진하던 사회연대임금 긴급토론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적어도 다음주 김 장관의 ILO 출장 이후에나 개최가 가능한 상황이다. 관가에서는 “사회적 공감대에 앞서 정부 내부 공감대부터 충분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이익을 놓고 정부가 스스로 던진 화두를 아직 소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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