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위험 원천봉쇄”…ETRI, ‘수계아연전지’ 상용화 난제 해결

- 덴드라이트 형성 근본적 억제
- 3천 시간 충·방전 안정 작동


고성능 차세대 수계 아연이온전지용 양극·음극 소재를 개발한 ETRI 연구진.[ETRI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폭발 위험을 원천 차단한 차세대 수계(水系) 아연이온전지의 상용화 난제를 해결했다.

빠른 충전과 방전 시에도 성능 저하를 줄이고 수명을 대폭 늘린 것으로, 차세대 배터리의 상용화 시기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성균관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수계 아연이온전지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되어온 출력 저하, 전극 구조 손상, 덴드라이트 형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양극·음극 핵심 소재 기술을 각각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수계아연전지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이차전지로 휘발성의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이 없고 친환경적이다. 또 이온 하나당 두 개의 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온 당 한 개의 전자를 이용하는 리튬 이온전지보다 이론적으로 2배 이상 높은 용량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급속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전극 구조가 쉽게 손상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아연이 길쭉하게 증착되는 덴드라이트 현상이 발생해 수명이 짧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형성된 덴드라이트가 음극과 양극 사이에 있는 분리막을 뚫어 전기적 단락을 발생시키고 전지의 성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TRI 연구진이 신규 양극 소재 극판을 제조하고 있는 모습.[ETRI 제공]


연구진은 먼저 양극 분야의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아연 이온(Zn2+)만 단독으로 반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칼륨 이온(K)이 함께 작동하는 ‘이중이온 삽입 구조’를 도입했다.

기존 아연 이온은 전극 내부에서 이동할 때 에너지 장벽이 높아 이동 속도가 느려지는 한계가 있었던 반면, 칼륨 이온은 상대적으로 이동이 자유롭다.

연구진은 두 이온이 함께 반응하도록 전극을 설계함으로써 이온이 뭉치는 병목 현상을 줄이고, 고속 충·방전 시에도 배터리의 출력 저하와 전압 손실을 효과적으로 개선했다.

연구진은 실제 고율 충·방전 환경에서 성능 평가를 진행한 결과, 출력 유지 특성과 장기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음극 분야의 난제였던 아연 금속의 불균일한 성장 문제를 해결하는 아연 금속 음극 기술도 개발했다.

특히 아연의 성장 방향을 안정적인 형태로 제어함으로써 덴드라이트 형성을 근본적으로 억제했다.

이 음극 기술은 3000시간 이상의 장기 충·방전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했으며, 수소 발생과 부산물 형성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옥 ETRI 박사는 “나노구조화 계면 설계를 통해 아연 금속의 초기 핵생성과 성장 방향을 동시에 제어함으로써 덴드라이트 없는 안정적인 아연 음극을 구현했다”며 “향후 고에너지밀도와 장수명을 동시에 요구하는 차세대 수계 이차전지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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