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1조, 피해 9조 추산…검증 ‘구멍’
본지 잇단 지적에 당국 대책 마련 착수
공·민영 보험사기방지 통합기반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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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으로 위조한 진단서를 보험사조차 가려내지 못하고, 공보험과 민영보험은 서로의 데이터를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지적에 정부가 칸막이를 허물고 AI로 AI에 맞서기 위한 범정부 대응 체계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김진홍 금융위 금융산업국장 주재로 ‘보험조사협의회’를 열고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보험조사협의회는 보험업법 제163조에 근거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경찰청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보험개발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생·손보협회 등이 참여했다.
▶“다시 찍으면 못 잡아”…검증망 구멍 ‘숭숭’=이번 TF 구성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는 보험사기 피해가 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1조1571억원으로 4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고, 적발되지 않은 사기까지 고려하면 약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보험연구원이 추산한 2023년 규모(8조2000억원)에 최근 2년간 적발액 증가율을 반영한 수치다.
문제는 사기 수법이 AI라는 새 무기를 장착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위변조 과정에서 남는 폰트·자간 변화 등 물리적 단서로 적발할 수 있었지만, 생성형 AI는 이미지 픽셀 자체를 새로 만들어내 기존 단서가 사라진다. 위조 파일을 출력해 다시 사진을 찍어 청구 앱에 올리면 현재 기술로는 조작 여부를 가려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 보험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서류 위변조가 사실상 완전범죄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지난해 7월부터 부산의 20대가 실제 발급받은 입·통원 확인서를 생성형 AI에 올려 입원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11개 보험사에서 1억5000만원을 가로챘다가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공·민영 ‘이중의 벽’…칸막이 허물기 나선 정부=이런 문제는 일찌감치 예고됐다. AI 위변조 보험사기는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데, 가장 큰 벽으로 꼽혀온 것은 의료기관 정보 접근이 원천 차단돼 있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상 정보 주체 동의 없이는 진료 기록을 제삼자에게 넘길 수 없어, 혐의가 의심되는 병원이 특정돼도 보험사나 금감원의 자료 요청은 위법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해 왔다.
건보공단·심평원의 진료 데이터와 보험사 청구 서류를 맞춰보면 위변조를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지만, 그 길이 막혀 있었던 셈이다. <본지 4월 6일자 1면 참조·사진>
칸막이는 민간에도 있다. 현재도 신용정보원(신정원), 보험개발원, 개별 보험사가 각자 AI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서로 분절돼 있어 실시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다.
TF는 이 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법·제도 분과 ▷데이터 분과 ▷인프라 분과 등 3개 분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신정원의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전 보험권 보험사기 방지 통합 인프라로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새 플랫폼을 따로 만들기보다 신정원이 운영 중인 기존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정보를 집중·공유·활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필요한 정보 항목, 공유 방식 등을 TF에서 폭넓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보험사가 조회·활용하는 구조로, 개인정보 보호 등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게 하는 것도 추진 방향에 담겼다.
금융위는 앞으로 3개월간 TF를 운영해 오는 9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하고, 10월부터 법령 개정과 플랫폼 고도화 등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박성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