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해외순방…1박2일 일정 돌입
미·러 정상 다음 김정은…‘격상’ 분석
북중러 연대·경협·두만강 출해권 ‘촉각’
北 “핵보유 절대 불퇴”…中 우호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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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7년 만에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사진은 지난해 9월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한 모습. [로이터]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7년 만에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이날 양국의 정상회담에 오를 의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북러 밀착을 의식한 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게 주 의제가 되면서, ‘비핵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목표 공유가 거짓이라 반박하며, 회담에서의 비핵화 논의를 차단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이후 7년 만이며 북중 정상의 대면 회동은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찾은 이후 9개월 만이다. 북중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최근 다소 느슨해진 양국 우호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협력 확대와 함께 북중러 연대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8~9일 방북은 그 시점과 형식 면에서 북한의 ‘급’을 격상시켰다는게 외신들의 공통된 평가다. 아사히신문은 시 주석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한 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다는 점,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북한을 선택한 점 등을 들어 북한을 중시하는 자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날 방북에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내고, 북중간의 친선 관계에 대해 “시대가 어떻게 바뀌고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여도 전통적인 중조(북중)친선은 언제나 불패의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중국과 북한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준 것은 최근의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관계를 견제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아사히는 중국은 북한 대외 무역액의 90%를 차지하는 최대 무역 상대국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계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는 전쟁에서 북한군을 파병받고, 북한에 러시아가 에너지와 식량 등을 지원하면서 북·러관계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끈끈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북한을 다시 중국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외교적 행보”라며 “북·중 관계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최근 급격히 커진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는 안을 ‘당근’으로 내놓으면서, 최근 진행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북미회담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시 주석을 통해 미국의 의중이나 중국의 속내를 파악해두려 할 것이라 추정했다. 중국 역시 북미 회담 가능성을 고려해, 북한과의 무역 확대 등을 통해 북한의 경제적 ‘뒷배’ 역할을 자처하며 영향력을 과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북한과 나눌 경제 협력 분야 의제로는 두만강을 통해 태평양에 진출하는 출해(出海) 문제 등이 꼽힌다. 북·중·러가 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하려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에 대한 논의도 관심 대상이다. GTI 구상이 구체화되면 한국의 참여도 논의될 수 있다. 북한은 나선경제특구 개발 등의 논의도 바라고 있다.
중국의 최우선 관심사가 북중관계 격상을 통한 러시아·미국 견제가 되다 보니, 북한의 비핵화는 이번 회담 의제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2019년 방북 당시만 해도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핵 프로그램 중단이라는 목표에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강화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만났을 때 공식 발표문에는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중국의 최신 핵비확산 백서에서도 한반도의 목표로 ‘비핵화’를 명시하는 부분이 생략됐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의 공개 발언에는 ‘비핵화’라는 단어가 전혀 없었다. 이를 두고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핵 정책 프로그램의 자오퉁 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시 주석에게 이제 핵 문제를 압박하는 것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보존하고 확장하기 위해 평양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시 주석 방북에 맞춰 환영 분위기를 띄우며 북중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중국인민의 친선의 사절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습근평(시진핑) 동지를 최대의 국빈으로 맞이하게 되는 평양의 거리들은 친선의 분위기에 휩싸여있다”며 “우리 인민은 형제적 중국인민의 뜨거운 친선의 정을 안고 또다시 방문하는 습근평 동지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달 11일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상기하며 “뜻깊은 올해에 전통적인 조중친선을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여러 분야에서 보다 활력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조중 두 나라 인민의 지향”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시 주석의 방북 직전 최고위층의 행보를 통해 핵보유 의지와 군사력을 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전날 공개된 담화에서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에 동의했다는 미측 발표를 겨냥해 “미국의 상투적인 거짓 유포 놀음”이라고 일축했다.
김 부장은 또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핵은 힘을 숭상하는 자들과의 논쟁에서 가장 위력한 논리이다. 우리는 자기의 주권과 안전에 대한 그 어떤 위협이나 타협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미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형태였지만 중국이 시 주석 방북 계기에 비핵화 문제를 꺼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아울러 김 국무위원장은 이달 초 영변 핵단지 내 신축 우라늄 농축시설을 방문한데 이어 6일 군수기업소를 찾아 탄도 순항미사일 생산능력을 5년 내 기존 2.5배로 확대할 것을 지시하는 등 시 주석 방북 직전 잇달아 군사현장을 찾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도현정·문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