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성과급 포함 급여차 5배
“주가 우리가 높아도 성과급은 낮아”
“대만에 삼성 공장 있었다면…” 부러움
“만약 삼성이 대만에 공장을 가지고 있었으면 삼성으로 이직했을 것입니다.”
대만에서 만난 전직 TSMC 엔지니어 A씨는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약 30조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는 합의를 체결한 것에 대해 “TSMC 엔지니어들은 삼성전자를 정말 부러워한다”며 “회사를 위해 죽어라고 일하지만 회사는 직원 처우보다 공장 짓는데 더 관심이 있다. 엔지니어들은 회사에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번 성과급 합의로 삼성전자와 TSMC의 성과급을 포함한 급여 격차는 최소 5배에 달한다고 한다. 석사를 졸업한 신입 엔지니어의 경우 성과급과 연봉을 포함해 약 1억원(약 250만대만달러) 상당을 받는다고 한다.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 직원의 경우 이번 합의로 약 6억원 상당을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성과급 합의로 TSMC 엔지니어들에게도 동종업계의 비교 준거가 생긴 셈이다. A씨는 “대만의 반도체 업계 CEO(최고경영자)들도 다른 대만의 회사와 비교해서 딱 대만 수준의 급여만 주고 싶어한다. TSMC는 이같은 점에서 대만의 다른 회사보다 월등히 돈을 더 많이 줘왔다”면서도 “삼성전자의 성과급 합의로 TSMC 엔지니어들도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됐고, ‘대만에서 최고의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왜 이것밖에 못받냐’는 박탈감도 터져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TSMC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온콜(On-call) 거부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TSMC의 엔지니어들은 라인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객사의 요구가 있으면 24시간 즉각 대응해야 하는 온콜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성과급 합의로 ‘주는 만큼 일하겠다’며 온콜 거부 운동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A씨는 “엔지니어들은 기본 하루에 12시간에서 16시간을 일한다. 한 달에 주말이 4일 있으면 운이 좋은 것”이라며 “최근 성과급 문제로 온콜 거부 운동이 벌어지자, 회사에서는 온콜을 전담하는 학사 졸업생인 보조(Assistant) 엔지니어를 채용해서 엔지니어들의 일을 덜어주기도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TSMC의 엔지니어들은 압박감도 심하게 받고 있고 해야 할 일도 많아서 초과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퇴근해서 잠잘 시간조차 부족한 근로 환경에 삼성이 주는 성과급에 비하면 훨씬 적게 받기 때문에 다들 화가 나 업무를 거부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라며 “만약 삼성이 대만에 공장을 가지고 있었으면, 근로 환경이나 처우가 더 나은 삼성전자로 TSMC 엔지니어들이 대거 이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TSMC 직원들은 삼성전자 노조의 사례를 들며 사측을 압박하고, 파업 및 노조 결성 가능성을 언급하며 성과급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웨이저자 TSMC CEO는 네덜란드 출장을 급히 취소하고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열어 “올해 직원 이익배분 보너스 규모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합의는 TSMC 엔지니어들의 일하는 동력도 꺼트릴 정도로 파급력이 셌다고 한다. A씨는 “대만은 중국의 침공 위협에 늘 시달리고 있고, TSMC는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지켜주는 이른바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 역할을 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이런 애국심에서 열심히 일해왔던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삼성의 성과급 합의로 TSMC 엔지니어들은 회사에 크게 실망했고, 일할 맛이 안난다고 토로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은 TSMC 뿐 아니라 마이크론도 강타했다. 마이크론 대만에서 일하는 한 엔지니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성과급 합의를 하면서 마이크론 엔지니어들도 ‘주가는 우리가 더 높은데 왜 성과급은 두 회사에 비해 덜 받냐’, ‘공장을 지을 돈은 있으면서 직원들 처우 개선은 어렵냐’는 불만을 산제이 CEO에 전하기도 했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으로 이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만 경제지인 ‘금주간(今週刊)’에서 30년간 TSMC를 취재해온 린홍원 금주간 고문은 TSMC 엔지니어들의 성과급 불만에 대해 “대만에서도 ‘회사와 국가를 위한 희생정신’ 대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이른바 ‘탕핑(平·누워있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하지만 마크 리우 전 TSMC 회장은 채용 설명회에서 ‘TSMC는 단순히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첨단 기술 발전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희생할 준비가 된 인재를 원한다’고 언급한 만큼 엄격한 근무 기조를 요구한다. 세대가 달라지며 일어나는 갈등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대학교 대만경제발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인 우다런(吳大任) 교수는 “엔비디아나 퀄컴, AMD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파격적인 연봉 인상이나 처우 개선을 카드로 TSMC의 인재를 많이 스카우트 해가고 있으며, 대만 반도체 업계가 인재 유출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타이베이=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