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행동으로 지켜야”…대학가 시국선언

‘투표용지 부족사태’ 일파만파
선관위, 총체적 관리부실 정황 드러나
2명 전결로 용지 준비 60→50% 하향
지역도 고무줄 잣대…가이드라인 없어
대학 잇따라 시국 선언 “진상 규명” 촉구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윤창빈 기자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후폭풍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체적 부실 관리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대학생들의 집단행동도 수면 위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진상 규명과 함께 선관위에 대한 제도 개선을 예고하고 있지만, 해법을 놓고 여야가 견해차를 보이면서 정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감지된다.

10일 김승수·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10일 별도 회의 없이 사무총장 전결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에서 투표용지 인쇄 매수의 하한 기준을 기존 60%에서 50%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공식회의 없이 2명의 전결만으로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이 낮춰진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24일에는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을 동일 내용으로 개정했는데 이때도 공식 회의는 없었다.

바뀐 지침에 따라 서울 송파구 선관위는 잠실3·4동을 제외한 나머지 25개 동의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50%로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송파구의 투표율은 65.8%로, 서울 평균인 63.6%보다도 높게 나오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반면 인천 옹진군 선관위는 당일 100% 투표용지를 준비했고, 강원은 인쇄용지 준비 비중이 66%에 달하는 등 지역별로 ‘고무줄 잣대’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중앙선관위 측은 인쇄 기준을 50%로 하향한 것과 관련 “사전투표율 증가, 짧은 인쇄 시간으로 투표용지 인쇄소 확보 어려움, 수백만장 투표용지 검수 및 보관 어려움, 잔여 투표용지 분실 등의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각 지역별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업무처리 절차와 역할 분담 등 가이드라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관위 측은 “6~13명의 소수 인원으로 투표 관리, 우편투표 접수, 개표 관리 등 여러 업무를 짧은 시간에 처리한 탓에 사건 발생 즉시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등 상황 전파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곳은 전국 91개 투표소에 달한다. 투표용지 부족분의 경우에도 당초 4726장이라고 보고됐지만, 전날 선관위가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에게 새로 제출한 자료에선 7194장으로 늘어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합동으로 발표하고 공동행동에 나서고 있다. 시국선언에는 전국 16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했다.

황인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헤럴드경제에 “30여년 전 대학생들이 참정권 수호에 앞장선 것처럼 이번에도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냄으로써 나라의 대의민주주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1987년 6월 거리로 나선 대학생들은 민주주의는 침묵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사실을 남겼다”며 “선관위 무능으로 발생한 이번 사태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도 “청년의 대표로서 신뢰가 바탕 되는 민주사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전국 대학생들과 연대해 시국선언을 한다”고 했다.

100여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체인 전국총학생회협의회는 지난 5일 규탄문에서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이 국민의 한 표를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 주권에 대한 중대한 책무 방기이자 도전”이라며 “이는 국민이 어렵게 지켜온 참정권을 강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분노 여론이 들끓자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7일 대학생과의 간담회를 열고 전현직 총학생회 대표단과 만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전현직 총학생회 대표단은 “국민들의 참정권이 훼손된 만큼 진영 논리를 넘어 민주주의 수호라는 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개표소가 마련됐던 송파구 올림픽공원에는 2030세대 청년들을 주축으로 하는 시위가 지난 4일부터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양대근·김아린·전새날·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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