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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97.16포인트(2.43%) 내린 7899.77로 시작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코스피가 전날 급락을 딛고 8%대 급반등한 9일, ‘한국형 공포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수는 올랐지만 옵션시장은 향후 증시가 어느 방향으로든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한 셈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19.04% 오른 91.2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공식 발표 이후 최고치일 뿐 아니라 소급 데이터로 재산정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 89.30(2008년 10월29일)까지 웃도는 수준이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는 시장이 예상하는 가격 변동 폭을 숫자로 옮겨서 보여준다. 이 지수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옵션은 특정 지수를 미리 정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로, 향후 시장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커질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급격한 주가 변동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의 상품인 만큼, 옵션 가격에는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변동 폭이 반영된다. VKOSPI는 이 가격에 담긴 기대 변동성을 지수화한 것이다.
연초 이후 흐름을 미국·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증시의 변동성 스트레스가 더 두드러진다. 미국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VIX가 있고, 일본에는 닛케이225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한 닛케이 225 VI가 있다. 각각 미국과 일본 증시의 향후 기대 변동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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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한미일 변동성 관련 지수 추이 |
지난 3월 중동발 전쟁 리스크가 증시를 덮친 당시 미국 VIX와 닛케이225 VI는 각각 31.05(3월 27일), 57.00(3월9일)로 연고점까지 상승했다. 이후 두 지수는 하락해 각각 연고점 대비 60.9%, 56.9% 수준인데 한국 변동성 지수만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특이점은 미국·일본의 대표 변동성지수와 달리 한국은 증시가 오른 날 역대 고점이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 거래소가 VKOSPI를 공식 발표한 2009년 4월13일 이래 미국과 일본의 변동성 지수 최고점은 모두 증시 ‘급락장’에서 나왔다. 미국 VIX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증시에 본격 반영된 2020년 3월16일 고점을 찍었다. 일본 닛케이225 VI는 일본은행(BOJ) 금리 인상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닛케이225지수가 12.4% 급락한 2024년 8월 5일이 고점이다. 각 변동성 지수의 최근 수준은 해당 고점 대비 최근 수준은 23%, 46%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VKOSPI 급등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하락 공포보다 급락과 급등을 포함한 양방향 변동성이 커진 결과다. 전날 코스피가 급락한 데 이어 이날 8% 넘게 반등하면서 시장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옵션시장에서는 추가 반등에 베팅하는 수요와 다시 급락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헤지 수요가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주가 상승과 변동성이 함께 올라가는 현 장세를 ‘이례적’으로 보는 한편, 변동성 지수 정상화 과정의 과도기적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하적으로 상승한 코스피 시장으로 인해 ‘상승위험’에 민감한 투자심리가 고조된 결과”라며 “미국 S&P500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도 VIX가 역대 고점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신흥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 VKOSPI가 미국 VIX를 하회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있었다”며 “리레이팅이 시작된 2025년 이후 VIX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모습은 코스피 레벨업 과정의 과도기 국면이자 정상화 흐름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공포지수가 주가 상승일에 급등하는 현상 자체가 한국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변동성지수는 주가의 상승·하락 방향보다 향후 가격 변동 폭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급락 직후 강한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시장 참가자들이 추가 급등과 재차 급락 가능성을 모두 크게 열어둘 경우 변동성지수는 오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옵션 시장의 특수성도 변동성 지수의 민감도를 과도하게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연구원은 “코스피200 옵션 시장은 외국인 비중이 크고 옵션매도 등 전문적인 옵션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가 부재한데 이 구조가 급등락 국면에서 옵션 가격을 더 민감하게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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