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도 쉬어가는 황금빛 도시”…‘불교 국가’ 태국 방콕의 사원 [정용식의 사찰 기행]

(109) 태국 방콕 왓 프라깨우, 왓 아룬, 왓 사켓, 왓 빡남


‘불교 국가’ 태국 2

태국 방콕의 왓아룬 사원



태국에서 쉽게 접하는 것 중 하나가 많은 불교사원과 금빛으로 빛나는 불탑,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가는 수많은 승려의 모습일 것이다. 방콕에만 3000여개, 태국 전역에는 크고 작은 사원이 3만개, 승려는 30만명 이상이 있다고 한다.

태국어로 사원은 왓(Wat) 불탑은 체디(Chedi, 종 모양) 또는 프랑(Prang, 첨탑 모양)으로 부르며 국가적 상징인 왕실 문화와 결합해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원들이 밀집해 있는 방콕은 손꼽히는 세계인 불교도시다.

한국 사찰은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아미타불 등 다양한 보살 신앙이 발달해 관련 전각들이 많지만 태국의 사찰은 단순하고 수행적 분위기가 강하며 독창적인 건축양식과 불교철학을 담고 있다. 사찰 지붕은 하늘과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의미로 계단식으로 층층이 겹쳐 지붕 끝이 길게 치켜 올라가며 뾰쪽한 장식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불상을 모시는 본당도 화려한 벽화와 금박 및 유리 모자이크 장식으로 대부분 꾸며져 있고 불상은 타원형 얼굴에 온화한 미소, 가는 신체 비례가 특징이다. 방콕의 사찰 중앙에는 부처의 사리나 왕, 고승의 상징과 성물을 모신 종 모양의 황금빛 ‘불탑(체디)’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필자가 방문한 방콕의 5월 말은 7월부터 시작되는 우기를 앞두고 뜨거운 태양과 40도까지 올라가는 높은 온도로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범벅이 된다.

‘차오프라야강’을 횡단하는 유람선


우리나라 겨울철인 11월~2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인데 관광객들은 흙탕물처럼 보이는 ‘차오프라야강’을 횡단하는 유람선이나 작은 배를 이용해 방콕의 이모저모를 구경하거나, 강변에 있는 대형 복합문화공간인 쇼핑몰 ‘아이컨씨암’ 등을 방문해 쇼핑과 다양한 먹거리를 즐긴다고 한다.

대형 복합문화공간인 쇼핑몰 ‘아이컨씨암’


또 1만개 이상 상점이 모인 동남아 최대 주말 시장인 ‘짝뚜짝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묘미지만, 태국왕궁과 궁 안의 에메랄드 불상 때문에 가장 신성한 곳이라는 ‘왓 프라깨우’ 사원과 방콕의 랜드마크로 새벽 사원이라 불리는 ‘왓 아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관광코스이다.

동남아 최대 주말 시장인 ‘짝뚜짝 시장’


동남아 최대 주말 시장인 ‘짝뚜짝 시장’


현 차크리 왕조(1782년~현재)의 왕실 사원과 톤부리 왕조(1767~1782년)의 왕실 사원인 두 사원은 방콕을 동서로 나누는 ‘차오프라야강’을 사이에 두고 있어 선상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상에서 바라본 왓 프라깨우 사원


거대한 와불로 유명한 ‘왓포’ 황금산 사원이라는 ‘왓 라켓’과 37개의 뾰족한 금속 탑으로 이뤄져 ‘철의 성’으로 불리는 ‘왓 랏차낫다람’, 세계 최대 규모의 순금 불상이 있어 황금불 사원으로 알려진 ‘왓 트라이밋’등도 해외 불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방콕의 왕궁 사원 ‘왓 프라깨우’(에메랄드 사원)


방콕의 왕궁사원 ‘왓 프라깨우’


지금은 왕이 살지 않지만 왕궁주변은 혼잡스럽고 북적여서 이러저러한 교통통제를 많이 하고 있다. 태국 최고의 대학인 ‘출라노콘대학’도 왕실 사원 안에 있다는데 태국은 주요 초중고·대학이 사원 안에 있어 사원이 교육과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왕궁사원 ‘왓 프라깨우’


필자는 왕궁은 곁눈질로 살펴보고, 태국인들이 가장 신성한 장소로 여기는 에메랄드 사원을 찾았다. 많은 왕실 건물과 탑, 회랑, 광장 등이 얽혀 있지만 에메랄드 불상이 있는 법당은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웅장하며 사람들이 북적여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에메랄드 불상이 있는 법당


오히려 법당 내부가 넓고 온갖 화려한 장식물들로 가득 차 있어 높이 66cm의 아담한 불상이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언뜻 보이지 않는다.

에메랄드 불상


에메랄드 불상은 왕실과 국가의 수호신으로 여겨 국왕이 연 3회 직접 의복을 교체하는 의식이 있을 정도이다 보니 법당 안에선 불상을 촬영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에메랄드 불상


불상은 실제 에메랄드가 아니라 녹색 옥으로 조각된 것이라고 하는데 법당 밖 먼발치에서 열린 문을 통해 사진 촬영에 만족해야 했다.

승려도 머물지 않는다는 크고 웅장한 법당 안은 오직 관광객들의 촬영을 감시하는 경찰들만이 여럿 보일 뿐이다.

전설에 의하면 2000여년 전 인도에서 제작돼 스리랑카를 통해 동남아시아로 전해졌고 석고 불상 안에 감춰 있었는데 벼락으로 석고가 깨지면서 1434년에야 에메랄드 불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란나 왕국의 수도였던 치앙마이로 옮겨졌고 이후 라오스에서 220여년, 톤부리 왕조 때는 방콕 ‘새벽 사원’으로 옮겼다가 현재의 사원에는 1784년 와서 240여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가모니의 가슴뼈가 봉안됐다는 황금탑


대표적인 문화유산 에메랄드 사원의 모든 건축물과 불탑은 황금장식과 유리 모자이크 등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들이 돋보이고 석가모니의 가슴뼈가 봉안되었다는 황금탑은 참배객들로 북적인다.

힌두교 설화를 태국의 불교 가치관으로 해석해 그린 170여 장면의 벽화와 각종 수호신은 태국 왕권과 불교가 결합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방콕의 상징 ‘왓아룬’ (새벽사원)


차오프라하 강 쪽배


에메랄드 사원을 나와 인근 선착장에서 쪽배를 타고 차오프라하 강을 건너니 왕궁과 마주한 서쪽 강변에 아름답고 독특한 불탑과 건축물인 ‘왓아룬 사원’이 있다.

왓아룬 사원


톤부리 지역(방콕 강 서쪽)에서 해가 가장 먼저 비친다는 의미로 ‘새벽 사원’이라 부른다는데 사원 중앙에 세워진 ‘탑(프랑 Prang)’은 중국 도자기 조각들로 장식된 아주 아름다운 80여m의 엄청난 크기이다.

왓아룬 사원의 중앙 탑과 주위 작은 탑


새벽에 햇빛을 받으면 탑 도자기 장식이 여러 빛깔로 반짝이는데 태국의 10밧 동전에도 새겨져 있다. 태양 빛을 받을 때 반짝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야경도 아름답기로 소문나 강 건너편에서는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는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일출 때 보지 못해 일몰 때 야경을 감상하고 싶어 유람선을 탔는데 이 또한 일몰 시각이 안 맞아 아쉬움만 남았다.

중앙 탑 정상의 머리 셋 달린 ‘삼두 코끼리’


중앙 높은 탑은 우주 중심의 수미산을 나타내고 주위 네 개의 작은 탑(프랑)은 수미산 주변 산맥으로 불교의 우주관을 표현하며, 중앙 탑 정상 부근 조각 형상, 머리 셋 달린 ‘삼두 코끼리’는 힌두교에서 신들의 왕인 인드라가 타고 다니는 신성한 코끼리라고 한다.

탑 꼭대기 장식도 천상 세계와 신들의 영역을 표시하고 있으며 본당 앞 6m 크기의 두 도깨비 상도 힌두교에서 등장하는 수호신 야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태국 불교사찰의 많은 부분들은 힌두교 우주관이 함께 결합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왓아룬 사원에서 전통 복장을 입고 사진 촬영하는 모습


화려한 불탑뿐만 아니라 본당 주변에도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상징하는 120여개의 다양한 불상이 있는 등 아름다운 사원에는 인생 샷을 남기기 위해 전통 복장을 입은 신혼부부, 주민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왓아룬 사원


중앙 탑은 가파른 계단이지만 일부구간 올라갈 수 있다고 했는데 공사 중인지 2층 구간 이상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15년의 짧은 기간의 태국의 세 번째 왕조인 톤부리 왕조에서 17세기에 세운 왕실 사원으로 에메랄드 불상이 이곳에 잠시 봉안돼 있기도 했으며, 탑이 황금색 대신 흰색인 것은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한다.

비극의 역사를 간직한 황금산 사원 ‘왓 사켓’


왓 사켓의 황금 불탑(체디)


태국의 수도 방콕도 산이 없는 평야 지대인데 높이 77m 산 위에 황금 불탑(체디)이 세워져 있다. 방콕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사원인데 라마 3세가 석가모니의 유품을 안치하기 위해 인공 언덕 위에 세운 ‘왓 사켓’이다.

방콕 구시가지와 왕궁 일대


언덕 위 황금 불탑 때문에 ‘황금산’으로 알려져 있고, 정상에 오르면 방콕 구시가지와 왕궁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이다.

라마 3세가 탑 건설을 시작했으나 건설 중에 지반이 약해 계속 무너져 흙더미와 벽돌이 쌓이다 보니 현재 산처럼 굳어지게 됐고 라마 5세 때야 완성됐다.

왓 사켓 나선형 계단에 있는 종


정상까지 가는 나선형 계단에는 종들이 있어 열망을 담아 종을 치면서 올라간다.

왓 사켓 내부 법당


불탑 내부에는 적당한 크기 법당도 있고, 불탑 중간 4면에 동굴법당 형태 기도처도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불탑 앞 진신사리 예경문과 소원문


불탑 앞에는 이곳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듯 ‘부처님 진신사리를 예배하는 기도문’(진신사리 예경문) 비문이 있고 그 앞에 놓인 융에 매직으로 소원문을 적도록 하고 있어 필자도 따라 적어본다.

조장(鳥葬)을 연상케 하는 독수리와 시신 조형물


황금산을 올라가는 초입에 티베트의 장묘문화인 ‘조장(鳥葬)’을 연상케 하는 독수리와 시신 조형물들이 있다. 1820년경의 방콕에 콜레라가 대유행하면서 3만명 이상이 사망해 성벽 밖 이곳이 화장터 역할을 했으나 사망자가 너무 많아 시신이 쌓이자 독수리들이 몰려와 시신을 뜯어먹는 공포의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콜레라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


이곳은 콜레라 희생자들의 비극을 기억하고자 당시의 광경을 연출한 상징물과 추모 공간이었다.

‘왓 사켓’은 전망과 아름다운 황금 탑으로 유명하지만, 한편 방콕시민들의 죽음과 재난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태국 상좌부 불교의 대표 사원 ‘왓 빡남’


왓 빡남 사원


태국은 ‘세계 상좌부 불교의 중심국’이라는 인식이 강한 나라이다. 상좌부란 ‘연장자(장로)의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초기 불교에서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해석을 따르며 개인의 깨달음(해탈)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불교 교단이다. 스리랑카를 통해 전래해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남방지역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팔리어로 기록한 경전과 승려의 수행과 계율을 중시하고 명상 수행과 개인의 공덕을 강조한다.

그래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번뇌를 끊는 존재인 아라한을 이상적인 수행모델로 하고 있어, 나만이 아닌 모든 중생이 함께 깨달아야 한다는 보살을 이상으로 하는 한국의 대승불교와는 차이가 있다.

왓빳남 사원의 높이 69m 좌불상


태국 방콕 톤부리 지역에는 상좌부 불교의 ‘담마까야’ 명상법을 체계화한 태국 불교계의 고승 ‘루왕포 솟’ 스님이 수행했던 수행도량인 ‘왓 빡남 사원’이 있다. 현대 태국불교 명상 운동의 중심이며 대표적인 수행도량으로서 명상 수행, 불교 교육, 국제포교 등이 이뤄지는 수십동의 전각들이 있는 대형 불교 사원이다.

왓빳남 사원의 높이 69m 좌불상


1610년 아유타야 시대에 창건된 사찰이지만 방콕에서 가장 큰 69m 높이의 명상 자세 좌불상을 2021년에 완공해 방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다.

대불상 뒤 높이 80m의 대탑


대불상 뒤에는 5층 구조의 높이 80m의 대탑이 있다.

대탑 내부의 에메랄드빛 유리 불탑(체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올라가니 우주를 연상시키는 유리 예술 천장과 에메랄드빛의 유리 불탑(체디)이 설치돼 있다.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내 불교 공간이라고 한다.

루왕푸 솟 스님 기념관


‘루왕푸 솟’ 스님 흉상


대형 좌불상 앞 대형 공양간 2층에는 상좌부불교 명상을 체계화한 ‘루왕푸 솟’ 스님의 기념관이 있다.

루왕푸 솟 스님 기념관


중앙 높은 좌대 위의 스님의 목각 흉상 눈빛이 살아있는 듯해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대탑 위에서 내려다본 인접한 사찰의 황금 와불


사원 주변에는 운하와 전통 주거가 어우러져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대탑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인접한 사찰의 ‘황금 와불’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또 다른 전각에 사람들이 몰려있어 들어가 봤더니 ‘루왕푸 솟’ 스님의 명상하는 모습 흉상에 금박을 입히고 촛물을 떠 올리고, 흉상 앞에 앉아 명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고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루왕푸 솟 스님 흉상에 금박을 입히는 모습


루왕푸 솟 스님 흉상에 금박을 입히는 모습


태국은 1997년까지 상좌부 불교가 국교였지만 종교의 자유를 위해 국교를 폐지 소수의 이슬람교와 기독교도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헌법에는 태국 국왕은 불교도이고 종교의 수호자임이 명시돼 있고 왕실을 중심으로 국민을 뭉치게 하는 힘이 불교이다.

태국불교는 민간신앙 요소와 힌두교 등이 함께 공존하는 태국 특유의 불교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방콕은 ‘천사들의 도시’라는 뜻의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시 이름이 있다. 1767년 톤부리 왕국이 차오프라야강 서쪽 톤부리에 나라를 재건했고 1782년 차크리 왕조가 현재의 강 동쪽에 수도를 건설해 오늘날 240년 역사에 서울 면적 두배 크기 1000만명 인구의 방콕이 됐다.

태국 전통 마사지의 근원지로 사원 내에 마사지 학교도 있는 ‘왓포사원(와불사원)’은 1793년에 세워져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부처님의 열반을 형상화한 길이 46m 높이 15m의 거대한 와불이 있다.

차이나타운 근처에는 약 3m 정도의 세계 최대의 순금 불상이 있어 ‘황금불 사원’으로 알려진 ‘왓 트라이밋’도 있다. 1846년에 라마 4세가 아내를 위해 세운 사원 ‘왓 랏차낫다람’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37개의 덕행을 뜻하는 37개의 뾰족한 금속 탑이 있다.

이러한 사원들이 산재해 있는 방콕은 세계 불자들이 찾는 불교 도시임이 틀림없다.

< 다음 편은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아유타야 왕조의 수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유타야 지역의 사원들입니다.>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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