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동종 급여 규제 검토해야”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올해 초 전국으로 확산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주요 원인이 야생 멧돼지가 아닌 ‘혈액 유래 사료’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에서 사료 원료를 통한 ASF 전파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5일 발간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확산이 남긴 과제’ 보고서에서 올해 ASF 대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돼지 혈장단백질 사료를 지목했다.
ASF는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올해 1월 이후 전국 각지에서 ASF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24건이 확인됐고, 농장 돼지 약 17만마리가 살처분됐다. 2019년 국내 첫 발생 이후 가장 큰 피해 규모다.
그동안 ASF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는 야생 멧돼지나 오염된 잔반 사료가 꼽혀 왔다. 실제 국내에서도 2019년 이후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ASF가 발생하면서 멧돼지 개체 수 조절과 울타리 설치 등 방역 대책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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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 사육단계에서의 혈장단백질 사료 급여 시기[국회입법조사처] |
하지만 올해 상황은 달랐다.
농림축산식품부 역학조사 결과 올해 발생한 ASF 24건 가운데 21건은 기존 국내 발생 유형과 다른 유전자형(IGR-Ⅰ)으로 확인됐다. 특히 2025년 충남 당진의 ASF 발생 농장에서 나온 감염 돼지 혈액이 사료 원료 제조업체로 공급됐고, 이를 사용해 만든 돼지 혈장단백질 사료가 전국 농가로 유통되면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돼지 혈장단백질은 돼지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한 뒤 건조해 만든 단백질 원료다. 주로 새끼 돼지의 성장과 면역력 향상을 위해 사료 첨가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번 역학조사 과정에서는 혈장단백질을 사용한 사료와 ASF 발생 농가 간 연관성이 확인됐고, 국내산 혈장단백질을 활용한 검사용 시료를 접종한 자돈이 7~9일 만에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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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 혈장단백질의 생산 및 공급 체계[국회입법조사처] |
보고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돼지 유래 단백질을 다시 돼지에게 먹이는 이른바 ‘동종 급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2001년부터 같은 종에서 나온 단백질을 같은 종의 동물에게 먹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돼지에 대한 별도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향후 과제로 ▷혈액 유래 사료 검사·관리 강화 ▷양돈농장 방역관리 책임자 제도 확대 ▷ASF 백신 개발 및 검역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현재 대규모 닭·오리 농장에 적용 중인 방역관리 책임자 제도를 양돈농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ASF 확산은 기존 야생 멧돼지 중심의 방역 체계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감염 경로가 확인된 첫 사례”라며 “혈액 유래 사료 관리 강화와 전문 수의사 확충, 광범위 방역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