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팔란티어·안두릴 키워야”…이중용도기술 ‘정책 전환’ 시급

수요·실증·조달 잇는 구조 필요
민군 기술 연계 방산 경쟁력 좌우


김만기 카이스트 방산수출과정 책임교수는 지난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6’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전현건 기자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한국 방위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전차·전투기 등 기존 플랫폼 중심 전략을 넘어, 민간 첨단기술과 국방 수요를 결합하는 ‘이중용도기술’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김만기 카이스트 방산수출과정 책임교수는 지난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6’에서 “미래 방산 경쟁력은 개별 무기 성능이 아니라 인공지능(AI)·데이터·네트워크 기반의 통합 운용 능력에서 결정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 기술과 군사 수요를 연결하는 정책 설계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한국 방산은 K2 전차, K9 자주포, KF-21 전투기, 잠수함 등에서 독자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향후 경쟁력은 이들 체계를 지능화하는 소프트웨어·센서·AI·통신 기술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는 드론, 위성영상, AI 기반 표적 식별, 전자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전장 판도를 좌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중용도기술은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니라, 민간 혁신기술이 전장의 핵심 요소로 직접 작동하는 구조”라며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전장 환경에 맞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이중용도기술 기반 기업이 방산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팔란티어, 안두릴, 실드AI, 스페이스X 등은 AI·자율체계·위성통신을 통해 기존 방산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국방 수요를 충족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헬싱, 퀀텀시스템스, ICEYE 등이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스타트업 육성’ 수준을 넘어, 방산 생태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정책 과제로 명확한 군 작전 수요 제시,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시험·실증 인프라 구축, 시제품에서 군 조달로 이어지는 연속적 획득 체계, 보안·수출통제 교육 및 제도 정비, 대기업-스타트업 공동개발 구조, 글로벌 시장 연계 등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 개발과 조달이 단절된 구조에서는 방산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며 “초기 기술이 실제 전력화로 이어지는 ‘끝까지 가는 경로’를 정책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산을 산업 정책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의 방산 경쟁력은 철강·조선·자동차·반도체·배터리·AI 등 산업 발전의 축적 위에서 형성된 만큼, 이중용도기술 역시 산업 전반과 연계해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강한 산업이 강한 국방을 만들고, 다시 국방이 산업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중용도기술은 그 연결 축”이라고 말했다.

방산 스타트업을 향해서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언급하며 현실 인식과 장기적 낙관의 균형을 주문했다. 그는 “작은 기술에서 시작해 실제 임무 수요에 맞게 확장하며 ‘스노우볼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정책의 핵심은 ‘플랫폼 중심 방산’에서 ‘임무 중심 생태계’로의 전환이다. 단순히 무기를 개발·생산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소프트웨어·자율체계가 통합된 작전 수행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한국 방산의 1차 성공이 플랫폼 확보였다면, 다음 단계는 기술 생태계 구축”이라며 “이중용도기술 기반 정책 전환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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