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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인 런던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한 가운데,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10주년을 맞은 영국에서는 ‘단명 정권’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정치적 불안의 이유를 이민자 문제, 증세 등 여러가지로 찾고 있지만 결국 경제난이 원인이며, 이는 당분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10년간 총리가 6명이나 바뀔 정도로 단명 정권이 이어져 왔다.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취임해 재임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단명 총리의 배경에는 더딘 경제 성장이 자리한다. 본인도 1년8개월이란 짧은 기간 집권했던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는 지난 21일 선데이타임스에 기고문을 보내 “영국을 포함해 유럽 정상들이 이토록 고전하는 것은 경제 성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정치 자본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가치를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렉시트의 주된 이유 중 하나였던 이민자 문제도 결국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이민자들이 영국에 정착하는데 반감이 생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영국 경제 성장이 한동안 정체돼 ‘단명 정권 잔혹사’를 끊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속된 인플레이션과 경제 침체에 이란 전쟁으로 인한 타격까지 겹쳐 영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그 전망이 더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 전쟁에 영향을 받는 주요국 중 영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지목했다. 영국은 에너지 자급률이 낮아 석유와 가스의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고, 에너지 저장 시설 용량이 현저히 적다. 이란 전쟁처럼 글로벌 공급망이 출렁이는 사태가 발생하면 그 충격을 완충해주는 장치가 거의 없고, 바로 가계와 기업으로 가격이 전가된다. IMF는 올해 영국 경제 성장률을 1.3%로 예상했으나, 전쟁 발발 이후 0.8%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런 전망은 영국 국민들도 이미 예상, 혹은 체감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4월 발표한 경제 낙관도 지수는 1978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 낙관도 지수는 향후 1년간 경제 전망을 국민들에게 묻는 것인데, 영국인 78%가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 응답하면서 역대 최악의 비관론이 나왔다. 기업 대상 경제 낙관도 조사에서도 70%가 비관론을 내놨다.
영국은 고질적인 저성장으로 세수가 늘지 않는 가운데에도 잦은 정권 교체 과정을 거치면서 복지 예산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불어났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대책 없이 감세 정책을 폈다가 금리 급등으로 물러나는 등, 쪼들리는 재정으로 과감한 정책을 내놓지 못해 총리가 실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22일 한 기업 행사에서 “복지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대처하지 않으면 (1976년 긴급 지원을 받았던) IMF 체제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영국이 경제 성장으로 국면을 전환할만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야누스 헨더슨 스몰러 컴퍼니의 펀드 매니저인 인드리아티 반 히엔은 CNBC에 “총리는 바뀔지 몰라도 영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은 동일하게 유지된다”며 “차기 총리는 재정적 줄타기를 하면서 경제 성장을 부활시켜야 하는 피하고 싶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영국의 국채 수익률 프리미엄을 낮추고, 성장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며, 궁극적으로 자본 흐름을 다시 영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과 복지 개혁이 다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