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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급등했던 한국 증시가 최근 급락하면서 그 충격이 미국과 유럽 증시로까지 확산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기술주와 반도체주 중심의 조정이 이어지면서 나스닥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한국발 급락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확산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구조적 위험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 증시를 이끌어온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자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의 진원지 중 하나로 한국 시장을 지목했다.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곳 크로스에셋 전략 총괄은 “한국은 AI 병목현상(AI bottleneck) 투자 테마의 진원지”라며 “여기에 레버리지 ETF라는 시장 구조가 결합되면서 작은 충격이 글로벌 폭풍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허리케인이 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올해 들어 네 번째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지난해에는 한 차례에 그쳤고, 2025년에는 발동 사례가 없었던 만큼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다.
한국 금융당국도 레버리지 상품 급증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시장에 상장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규모는 올해 5월 출시 당시 약 3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9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레버리지 ETF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 규모는 290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시장이 2200억달러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도 450억달러 규모까지 확대됐다.
바클레이즈의 알렉산더 알트만은 미국 레버리지 ETF의 최근 10거래일 평균 리밸런싱 규모가 하루 200억달러 수준으로, 연평균의 약 4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노무라 역시 시장이 1% 움직일 때마다 레버리지 ETF가 약 90억달러 규모의 추가 매매 수요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가 하락장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승장에서는 추가 매수를 유도하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확대해 시장 움직임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든다는 설명이다.
레버리지 ETF는 약속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거래된다. 주가가 상승하면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이고, 하락하면 추가 매도에 나서기 때문에 상승 추세와 하락 추세를 모두 강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알트만은 “주식시장 내부의 레버리지가 시장을 지나치게 기술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레버리지 ETF는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기술적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조정의 책임을 모두 레버리지 ETF에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애심리서치(Asym Research)의 로키 피시먼은 “SK하이닉스 같은 변동성이 큰 종목은 레버리지 ETF 때문에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서도 “결국 근본 원인은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한 AI 업종에 참여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투자 열기”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AI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이번 조정이 단기 과열 해소 과정인지, 아니면 변동성 확대의 시작점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레버리지 ETF 규모가 빠르게 커진 상황에서 향후 기술주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시장 충격 역시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