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을 팔아 차익을 확정하지 않았더라도 보유 과정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을 소득으로 볼 수 있다는 논의가 등장했다.
여야 의원과 시민단체가 23일 ‘자산소득 과세 공백과 소득세 포괄주의 전환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보유 자산의 매각 여부나 형태와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증가한 순자산과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해당 제안의 배경은 이른바 ‘순자산증가설’이다. 발생하는 소득만 과세하는 것이 아닌 납세자의 순자산 증가를 소득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커졌다면 실제 매각 전이라도 소득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취지다.
토론에 나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자산가치가 상승했다면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은 이미 증가한 것”이라며 “자산을 실제 매각했는지 여부는 경제적 능력이 증가했는지를 판단하는 본질적 기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세가 실현 시점에만 발생하면 납세자는 세금을 피하거나 늦추기 위해 자산을 팔지 않으려는 유인을 가져 동결 효과가 발생한다”며 “자본이 더 효율적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를 대표해 참석한 박기산 한국노총 국장도 “금융투자소득세의 부활, 고소득층에게 집중된 비과세 감면제도 축소, 초고소득층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해 명목구간을 추가해야 한다”며 자본소득과 자산소득에 대한 엄격한 과세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선 적지 않은 반론도 제기된다. 과세 항목이 중복되기 쉽고, 자유시장경제와 과세 시스템의 기본 뿌리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 손실이 나면 정부가 보전해 주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적으로 손실분을 이월시켜 손실 공제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재정 부담과 행정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치가 오른 자산을 팔지 않아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10억원에 매입한 아파트 가격이 20억원으로 상승했다면 장부상으로는 1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지만 실제 현금을 확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납세자는 자산을 매각하거나 대출을 받아 세금을 마련해야 할 수 있다.
부동산의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이미 여러 세목이 적용되고 있어 미실현 이익까지 과세할 경우 사실상 중복 과세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과세 기준을 정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거래가 활발한 상장 주식은 특정 시점 가치를 평가할 수 있지만, 비상장 주식이나 부동산 등은 과세 기준으로 삼을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워 적절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자산소득 과세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전환 과정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순자산증가설로의 이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행 체계를 가장 적게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향후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순자산증가설은 소득의 원천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납세자의 담세능력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합한 개념”이라면서도 “과세대상 소득 확대뿐 아니라 과세 시기와 입법 방식까지 함께 재설계해야 하는 체계 전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